김세윤 ‘Aceway Japan’ 강화부장은 꽤 오랜 시간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담 기술 분석관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의 역사적인 현장을 지켰다. 사진제공|김세윤
선수 이외의 장외 전문가 육성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길
일본축구는 2017년 큰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영국 스포츠 중계권업체 퍼폼이 일본 J리그에 연간 2500억,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살림살이가 넉넉해진 J리그는 아시아쿼터를 기존 1장에서 2장으로 확대했고, 이에 한국선수들의 일본 진출의 기회도 보다 넓어졌다.
그렇지만 오직 ‘선수’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구단 프런트 진입도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베갈타 센다이에 김영삼 스카우트, 감바 오사카에 이창엽 피지컬 코치가 활동 중인 가운데 한국인 스태프에도 관심이 상당하다.
대학팀만 400여개에 달하는 일본 아마추어 축구 시스템도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프로 입단을 목적으로 하지만 ‘선수’ 이외의 진로교육도 활발하다. 일찌감치 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고, 그밖에 전력분석과 피지컬 전문가 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 18세 이하(상우고), 22세 이하(서울디지털대학) 클럽을 운영해온 에이스웨이(Aceway·대표 남기무)는 일본 오사카에 ‘Aceway Japan‘을 설립, 선수~지도자를 비롯한 다양한 축구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고교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1년간 훈련과 어학을 병행한 뒤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
중심에 김세윤(51) ‘Aceway Japan’ 강화부장이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기술분석관으로 활동한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소속 주요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2010남아공월드컵~2010광저우아시안게임~2011카타르아시안컵 등 메이저 국제대회 현장을 누볐다. 이후 K리그 챌린지 서울 이랜드FC 전력분석관으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국내 일부 대학에서 영상을 활용한 ‘축구분석’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해 교육하고, 관련 회사에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김 부장은 철저히 맨땅에 헤딩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해외 웹사이트, 해외 논문 및 서적 등으로 독학했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 분석은 영국, 독일 등 극히 일부 국가들만 정식으로 교육하고 있었다.
김 부장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십분 살려, 소속 선수들에 영상화된 다양한 분석 자료를 전달하는 한편, 장차 전력분석관을 꿈으로 삼은 학생들에게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돕고 있다. 그의 입을 빌어 축구 기술분석관의 주요 활동과 현실, 그리고 비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한국 축구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영광을 일궜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단은 물론, 모든 지원 스태프의 정성이 모아져 역사를 만들었다. 마이클 쿠이퍼스 피지컬 코치(왼쪽)와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긴 김세윤 ‘Aceway Japan’ 강화부장. 사진제공|김세윤
-기술 분석에 대해 외부에서는 단순한 영상 분석으로 국한시킨다. 정확한 업무 영역을 설명한다면.
“축구 분석은 크게 2가지다. 특정 경기의 전술적인 상황과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와 동작을 분석하는 정성적 분석, 그리고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를 해석하는 정량적 분석이 있다. 정성적 분석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영상(비디오)이다. 축구 분석은 크게 훈련분석~팀 경기분석~상대 분석~분석 미팅~경기 현장분석으로 이뤄지는 순환 과정이다. 이 중 핵심은 우리 팀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정성적 분석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또 어려운 과정이다. 그만큼 효과도 크다. 작은 습관을 바꿔주면서 선수를 성장시킨다.”
-기술분석관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
“매 경기를 체크하면서 선수와 팀 전체가 동시에 성장하는 과정을 돕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특히 우승이나 승격 등을 함께 경험하면 한층 기쁨이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2010남아공월드컵을 잊을 수 없다. 허정무 감독님(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이 이끈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현대축구는 끊임없이 바뀐다. 그만큼 업데이트도 쉽지 않을 텐데.
“일단 최대한 많은 경기를 접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경기를 빠짐없이 체크하고 시청해야 한다. 경기 자체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교과서 역할을 한다. 물론 해외축구 분석사이트를 찾아 주요 칼럼니스트의 전술적인 견해를 접하고, 관련 분석논문을 탐독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해외에서는 기술 분석관이 이미 훌륭한 직업군으로 분류되는데.
“아직 한국축구에서 분석관의 길은 멀다.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작고, 팀 숫자도 부족하다. 특히 자금 부족을 이유로 외부 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주체적인 직업군으로 성장하려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에서 주요 대학, 관련 업체와 협력하여 전문가 교육 과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이 인재를 육성한다.”
-일본 J리그도 기술 분석관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는 기술분석관을 높이 예우한다. 오래 전부터 전문적인 직업군으로 인정한다. 실제로 각급 대표팀과 주요 프로팀에는 최소 2명 이상의 기술 분석관이 배치된 상황이다. 여기에 월드컵,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는 못해도 5명 이상의 분석관을 파견해 자국 경기는 물론, 상대 분석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렇게 얻은 자료는 당장 사용할 수도 있지만 미래의 교육 자료로써의 가치도 높다.”
-대표팀에서 오래 활동했다. 감독과 선수를 위한 자료는 전혀 달랐을 텐데.
“선수들에게는 주로 경기내용과 전술적인 세부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다. 이를 중심으로 별도의 분석 미팅을 갖곤 한다. 코칭스태프는 좀더 다양하다. 정성적 분석뿐 아니라, 정량적 분석 자료를 두루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를 이해하는 시각의 깊이를 제공할 수 있다.”
-선수 이외에 현장과 가장 가까운 역할이 기술 분석관이다.
“지금은 ‘Aceway Japan’에서 선수들의 프로 진출을 돕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병행 중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진로가 단순히 프로선수로 국한되지 않도록 또 다른 도움도 주고 있다. 일본대학에는 그라운드 외부에서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경기분석부터 스포츠재활, 스포츠매니지먼트, 스포츠마케팅 등을 두루 공부할 수 있다.”
-기술분석관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분석관으로 활동하려면 축구를 지도자 이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컴퓨터와 영상장비 활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다국적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영어 등의 외국어 습득도 필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업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 지식을 쌓더라도 3가지가 받쳐주지 않으면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