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는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최전방 손흥민, 선취골~결승골 작렬
신태용 감독, 부임 후 A매치 첫 승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그 맛은 참으로 달콤했다. 손흥민(25·토트넘)이 1년여 만에 A매치 필드골을 터뜨리고 신태용(47)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손흥민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에서 전반 10분 선취골과 후반 15분 결승골을 넣고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기존 윙 포워드에서 중앙 공격수로 자리를 바꾸자마자 귀중한 골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득점 기근을 단번에 해결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A매치 첫 승이라는 선물도 함께 선사했다.
대표팀으로선 손흥민의 골맛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신 감독 부임 이후 4경기 동안 승전보가 없던 터라 마수걸이 승리를 위해선 화끈한 공격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표팀의 해결사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이 최근 잠잠하면서 간절함은 더욱 커져갔다. 10월 모로코와 친선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갈증을 풀기엔 아직 모자람이 많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신 감독은 결국 색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흥민의 최전방 투입이었다. 대표팀에서 주로 맡던 윙 포워드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와 공격 선봉장을 맡긴 것이다. A매치 소집훈련에 앞서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전방으로 나와 골맛을 느낀 점도 함께 작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손흥민은 함께 최전방으로 나선 이근호와 함께 초반부터 종횡무진했다. 본업인 중앙공격수부터 부업인 세트피스 키커까지 역할을 가리지 않았다. 기다리던 결실은 이른 시간에 나왔다. 전반 11분 권창훈이 중앙을 치고나간 뒤 찬스를 이근호에게 연결했고, 이근호가 중앙으로 찌른 볼을 손흥민이 받아 한 바퀴를 돌고 골로 완성시켰다.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 2명을 앞에 놓고 선보인 재치 넘치는 골이었다. 손흥민으로선 지난해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정확히 400일 만에 기록한 A매치 필드골이기도 했다.
후반에도 쇼타임은 계속됐다. 손흥민은 후반 16분 최철순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타이밍을 조절한 뒤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공은 상대 골키퍼의 가랑이를 통과해 골망을 갈랐다. 이날의 쐐기골이자 본인의 A매치 통산 20번째 골.
손흥민이 활기를 되찾자 나머지 선수들 역시 한껏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윙백으로 나온 김진수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간 신태용호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공격 장면이었다.
2-0으로 앞서던 한국은 후반 32분 크리스티안 사파타에게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키고 2-1 승리를 거뒀다. 부임 이후 여러 난관에 부딪혔던 신태용 감독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수원|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