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삼성 박해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많다. 교체된 감독이 당장 급한 성적을 위해 나이가 꽉 찬 핵심 전력의 입대를 미루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결국 20대 후반에 입대해 팀의 전력구성 및 선수 개인 커리어에 큰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KBO리그 각 팀들이 올해부터 2차 드래프트 자동보호 선수에서 군보류 인원을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입대를 막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다.
2014 아시안게임 대표 당시 나지완-KIA 안치홍(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KIA의 힘에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군테크’가 큰 몫을 했다. 사실 심하게 엉클어질 뻔했지만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KIA 나지완은 2010시즌 이후 입대를 원했지만 감독 교체의 영향으로 군복무를 본의 아니게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면 시즌 중 입대할 상황이었다. 그 해 대표팀에서 탈락한 안치홍은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반대했지만 강력하게 입대를 원했다. 결국 같은 해 입대한 김선빈과 함께 돌아와 팀 우승의 중심이 됐다.
두산은 ‘군테크’에 한해서는 리그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한 박건우와 내야수 허경민, 최주환 모두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병역을 빨리 마치고 팀 세대교체의 중심이 됐다. 퓨처스 리그에서 인정을 받은 후 상무와 경찰 야구단에 합격해 한 단계 더 성장의 계기로 삼아 향후 즉시전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베테랑 프런트들의 소중한 경험이 두산의 큰 힘이다.
두산 박건우-허경민-최주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내년 만 28세가 되는 LG 오지환은 수차례 입대시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쳤고 결국 내년시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됐다. 동갑내기지만 생일이 빠른 삼성 박해민도 나이를 꽉 채웠다. 현 LG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은 삼성 시절인 2016년 “배영섭이 전역한 직후 박해민을 바로 보내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워낙 기량이 만개한 시점이라 선수와 구단 모두 망설임 끝에 입대를 미룬 시점이었다.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뛴 오지환, 늦게 만개한 박해민은 정반대의 경우지만 입대시기를 놓친 것이 지금의 큰 부담감으로 되돌아 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