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남경읍 “외동딸도 배우, 하정우처럼 후광 없이 해내길”

입력 2017-12-1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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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에 주력해왔던 남경읍(59)은 올해 ‘벤허’를 통해 뮤지컬에 복귀했다. ‘코러스 라인’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뮤지컬 1세대로 40년을 살아왔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돌아간 무대. 혹여 떨리진 않았을까.

“뮤지컬은 내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떨리거나 새로운 감흥은 없었어요. 물론 살짝 긴장은 있었지만 모처럼 일상을 보낸 것 같아요. 저는 이전에도 계속 뮤지컬과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극은 돈이 안 되니까 주변에서 만류하곤 했죠. 영화와 드라마를 해서 그런지 무대에서도 제 몸값이 올랐더라고요. 스케줄은 두 달 연습하고 공연했는데도 나쁘지 않았어요.”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남경읍에게 ‘인생작’을 물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생 남경주(53)와 함께한 ‘사랑은 비를 타고’가 가장 먼저 나왔다.

“어떤 작품이든 혼신의 힘을 다 해 임했기 때문에 다 좋아요. 모두 소중하죠. 그 중에 꼭 고르라면 뮤지컬은 ‘사랑은 비를 타고’요. 형제 이야기를 비틀어서 뮤지컬로 만든 이야기인데 동생과 나의 이야기예요. 우리나라 소극장 뮤지컬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라 큰 의미가 있죠. ‘돈키호케’도 의미있고요.

연극은 ‘라오지앙후 최막심’과 ‘레인맨’이요.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줬어요. 제 인생관을 잡아주는 작품이 됐죠. ‘레인맨’도 형제애를 이야기하는 로드 무비예요. 이 작품도 동생과 함께 연기했는데 명작 중에 명작이죠. 대사량이 너무 많은데 성경 구절, 원주율, 월드컵 개최국 등을 줄줄이 외워야 했어요.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기억이 나네요. 하하.”


동생 남경주뿐 아니라 외동딸 남유라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연예계 2세’인 딸의 지원을 두고 아내와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후광 없이 본인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남경읍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그는 ‘존버정신(X나게 버티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자들에게 전해온 가르침인데 딸도 예외는 아니다.

“딸이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면 집사람이 ‘아빠 노릇을 못 한다’ ‘부탁을 왜 안 하느냐’고 해요. 저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죠. 그래야 본인이 떳떳해요. 하정우처럼 아빠 후광 받지 않고 본인의 힘으로 해야 좋은 연기자가 되는 거죠. 딸도 ‘아빠. 내 힘으로 해 볼거야’라고 하고요. 추위에 떨면 떨수록 매화가 더 아름답고 진한 향내를 내듯이 아무리 힘들어도 열정으로 ‘존버정신’으로 버텨야 해요. 어떤 계통이든 처음에는 많이 사람들이 시작했다가 점점 사라져요.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하고 결국 5% 정도만 남죠. 떠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열정적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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