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신과함께’, 원작 비교를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입력 2017-12-20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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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죄와벌.

[DA:리뷰] ‘신과함께’, 원작 비교를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함께’[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덱스터스튜디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영화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원작 팬들도, 관객들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였다.

저승 이승 신화 편으로 구성된 원작은 단행본으로도 총 8권에 달하는 작품. 방대한 세계를 영화로 담아내기에는 영화에 주어진 러닝타임은 한정적이었다. 주 작가의 단순한 그림체를 모티브로 스크린에 리얼하게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영화는 원작 팬들의 기대와 할리우드 영화 스케일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기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이런 높은 관심 속에 영화 ‘신과함께’가 베일을 벗었다. 정확히는 1부와 2부 가운데 1부 ‘신과함께-죄와벌’이 먼저 선보여졌다. 이번 1부는 원작 웹툰 시리즈에서 저승 편을 담은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과 궁극적인 메시지는 같지만 일부 설정은 다르다. 과감하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 웹툰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영화로서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웹툰 ‘신과함께’ 저승 편은 두 가지 스토리가 교차 전개된다. 진기한 변호사가 49일에 걸쳐 진행되는 저승 재판에서 망자 자홍을 변호하는 이야기와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이 군대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후 원귀가 된 유성연 병장과 얽히는 이야기다. 이를 그대로 영화에 옮겼다면 ‘따로 국밥’ 같은 작품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두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먼저 진기한 변호사의 역할을 저승 삼차사에게 흡수시켰다. 유성연의 사연은 그대로 살리되 수홍이라는 인물로 재정비했다. 이로써 삼차사는 자홍을 변호하면서 수홍의 저승길에도 연루됐다. 전혀 다른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삼차사로 이어지는 것. 이는 ‘신과함께’ 영화 2부에서 그려질 이승 편, 신화 편과도 연결점을 만들었다.

주요 인물들이 드라마틱한 관계로 설정되면서 신파가 과하게 들어간 점은 아쉽다. 김용화 감독은 신파가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관객에 따라 보는 시선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적인 인생을 살다 과로사한 자홍과 영화 속 소방관이자 아픈 과거를 가진 자홍은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였던 저승과 지옥세계는 ‘예상 이상’이다. 수천억 원을 들인 할리우드 작품들에는 못 미치지만 관람을 방해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긴장감 떨어지는 스토리를 채워주는 비주얼의 힘이 크다.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 7개 자연의 물성에서 차용한 지옥이 구현됐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주얼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승에서 강림이 원귀와 벌이는 추격전도 흥미진진하다. 원작의 단순한 원귀 그림을 아는 팬들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싱크로율 높은 화려한 캐스팅도 눈여겨 볼만 하다. 삼차사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와 자홍 역할의 차태현 등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자홍의 어머니를 열연한 예수정, 수홍 역의 김동욱과 원일병을 소화한 도경수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정해균 김해숙 김수안 김하늘 장광 등도 각 지옥을 다스리는 대왕을 맡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년 여름 개봉할 ‘신과함께’ 2부의 힌트도 곳곳에 숨겨 놨다. 웹툰 팬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재미 포인트. 2부의 특정 인물이 여러 번 나오고 쿠키 영상에는 성주신도 깜짝 등장한다. 20일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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