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이글스에서만 21년을 뛰며 KBO리그 역대 최다인 210승을 달성했다. 현역시절 21번은 영광스러운 영구결번이다. 코치로 친정에 복귀해 새롭게 받은 번호는 분신과도 같은 21번이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 송진우 코치(오른쪽).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수구초심’ 언급한 송진우의 한화 사랑
송 코치는 1989년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뒤 단 한 번도 이글스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한화 유니폼만 입었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화 코치로 복귀를 확정한 2017년 11월 인터뷰에선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향이 그리웠다.” 여기에 영구결번이 된 등번호를 달고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으니 자부심만큼 책임감도 클 터다.
● 한화 선수들 “코치님, 영구결번 달고 돌아오세요”
송 코치에게 ‘21번’의 의미를 일깨워준 이는 다름 아닌 한화 선수들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가끔 내 현역시절 등번호에 의미를 부여하더라”며 “선수들이 ‘다시 한화로 돌아오면 영구결번인 21번을 달고 돌아오라’는 말도 했다. 나 혼자 영구결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게 아니니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 2009년 9월 23일 은퇴경기(대전 LG전) 이후 2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돌아보면 시간이 참 많이, 빨리 흘러갔다”고 회상했다.
선수 시절 송진우.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색다른 느낌만큼 책임감과 의무 크다”
송 코치는 21번 유니폼을 다시 입은 후 내내 ‘책임과 의무’를 자주 언급했다. 특히 “영구결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는 “감독이 가장 좋은 번호를 달고, 남은 번호 중 괜찮은 숫자를 코치가 선택하는 것이 관례인데, 현역 시절 등번호를 다시 달고 선수를 지도한다니 느낌이 색다르다. 영구결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책임과 의무도 크다. 굉장히 기쁘지만,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