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영구결번 달고 돌아오세요” 송진우 코치에게 21번이란?

입력 2018-01-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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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이글스에서만 21년을 뛰며 KBO리그 역대 최다인 210승을 달성했다. 현역시절 21번은 영광스러운 영구결번이다. 코치로 친정에 복귀해 새롭게 받은 번호는 분신과도 같은 21번이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송진우 투수코치는 KBO리그의 대표 ‘원클럽맨’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고향 팀인 한화(전신 빙그레 포함)에 입단해 21시즌을 뛰며 유일한 200승 투수이자 역대 최다승(210승)을 달성했고, 팀에 세 명(송진우·장종훈·정민철)뿐인 영구결번자가 됐다. 현역 은퇴 후 팀의 투수코치를 맡아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보탠 그는 2015~2016시즌에는 KBSN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시야를 넓혔다. 2017시즌이 끝난 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며 ‘레전드’를 모두 불러모았고, 송 코치도 친정에 복귀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화 구단은 29일 선수단 등번호 배정 완료 소식을 전하며 “한용덕 감독(40번)과 장종훈(35번), 송진우(21번) 코치에게 현역 시절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구단관계자는 “과거 강팀이었던 이미지를 재현하겠다는 구단과 현장의 공동 목표가 반영된 것이다. ‘영구결번’의 의미와 구단의 기조 사이에서 신중한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송진우 코치(오른쪽).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수구초심’ 언급한 송진우의 한화 사랑

송 코치는 1989년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뒤 단 한 번도 이글스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한화 유니폼만 입었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화 코치로 복귀를 확정한 2017년 11월 인터뷰에선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향이 그리웠다.” 여기에 영구결번이 된 등번호를 달고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으니 자부심만큼 책임감도 클 터다.


● 한화 선수들 “코치님, 영구결번 달고 돌아오세요”

송 코치에게 ‘21번’의 의미를 일깨워준 이는 다름 아닌 한화 선수들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가끔 내 현역시절 등번호에 의미를 부여하더라”며 “선수들이 ‘다시 한화로 돌아오면 영구결번인 21번을 달고 돌아오라’는 말도 했다. 나 혼자 영구결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게 아니니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 2009년 9월 23일 은퇴경기(대전 LG전) 이후 2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돌아보면 시간이 참 많이, 빨리 흘러갔다”고 회상했다.

선수 시절 송진우.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색다른 느낌만큼 책임감과 의무 크다”

송 코치는 21번 유니폼을 다시 입은 후 내내 ‘책임과 의무’를 자주 언급했다. 특히 “영구결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는 “감독이 가장 좋은 번호를 달고, 남은 번호 중 괜찮은 숫자를 코치가 선택하는 것이 관례인데, 현역 시절 등번호를 다시 달고 선수를 지도한다니 느낌이 색다르다. 영구결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책임과 의무도 크다. 굉장히 기쁘지만,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하며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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