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정규리그 1위였던 흥국생명이 1년 만에 ‘봄배구’에서 탈락했다. 2시즌 연속 봄배구를 했던 박미희 감독은 하필 계약 마지막 시즌에 시련과 마주했다.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1위팀이었다. 1년 만에 최하위가 유력한 봄배구 탈락팀이 됐다.
이유 없는 승리는 있어도 까닭 없는 실패는 없다. 흥국생명은 장점이었던 센터(FA 김수지의 IBK기업은행 이적)와 라이트(러브 재계약 실패)가 약점이 됐음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구단들끼리의 FA시장 막후협상에서 소외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리베로 남지연을 보상선수로 선택하는 패착을 뒀다. 남지연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FA로 영입한 김해란과 포지션 중복 사태가 빚어졌다. 트라이아웃에서 예상을 깨고, 박 감독이 다시 뽑은 테일러와 대체외국인선수 크리스티나도 팀을 구하지 못했다.
많은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이재영. 사진제공|KOVO
더 큰 아쉬움은 객관적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흥국생명이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한 지점에 있다. 레프트 이재영은 토종선수 중 공격득점 1위이면서 리시브 전체 2위였다. 세터 조송화는 예측 가능한 사이드 오픈 토스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퍼펙트 리시브가 안 되면 언더 토스로 일관했다. 이재영의 공격 부담은 커졌고, ‘서브 폭탄’까지 감당해야하는 ‘혹사 배구’로 흘러갔다. 조송화를 교정하거나 대체할 세터를 발굴하지도 못했다. 이재영의 부담을 줄여줄 패턴도 만들지 못했다.
1등도, 꼴찌도 할 수 있는 것이 프로 세계다. 그러나 ‘이 시간 흥국생명이 무엇을 얻었는가’에 아무 답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패배 자체보다 아플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