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소 오사카 윤정환 감독(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단 “윤 감독 부임 후 팀이 더 단단해졌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지난시즌은 떠들썩했다. 리그 컵과 일왕배(FA컵), 슈퍼컵 정상에 섰다. J리그에선 3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땄다. 한동안 J2(2부리그)에 머문 팀의 급격한 변화였다. 강등 3년 만에 J리그에 오른 세레소는 진정한 재건을 위해 검증된 윤정환(45)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일본에서 윤 감독의 인지도는 굉장히 높다. 소규모 팀 사간 도스에서 일군 신화의 영향 덕분이다. 사령탑 부임 첫해인 2011년 J2리그 준우승으로 사상 첫 J리그 진입을 일궈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사카에서도 돌풍은 계속됐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몸담은 친정에서 윤 감독은 지도력을 뽐냈다. ‘도스의 오니(괴물)’는 이제 오사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K리그1(클래식) 울산 현대를 이끌었으나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윤 감독을 데려온 세레소의 선택은 의문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움 대신 성공만을 주목하고 믿었다. 성과로 보답했다. 부임 1년여 만에 3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례는 흔치 않다.
물론 만족하지 않는다. 아시아 클럽으로 최고의 영광을 꿈꾼다. 2003년 시작한 ACL에서 세레소가 정상에 선 적은 없다. 우라와 레즈(2007·2017), ‘연고 라이벌’ 감바 오사카(2008)의 성공을 그저 부러워했을 뿐이다.
철두철미한 준비는 기본. 지난해 K리그1 득점 2위 양동현과 검증된 미드필더 오스마르를 영입했다. 오스마르는 등록기한을 놓쳐 ACL 조별리그에 출전할 수 없지만 다양한 무대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힘을 보태기에 충분하다.
세레소 오사카 양동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환경 적응에도 큰 정성을 들였다. 국제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위해 숙소∼훈련장∼경기장 등을 일찌감치 살폈고 최대한 빨리 현지로 이동해 피곤을 줄이는 일정을 택했다. 팀 훈련도 선수들의 생체리듬이 잘 깨어있는 오전을 적극 활용한다. 오후에 주로 훈련하는 국내와 많이 다른 패턴이다. 부임 초부터 그랬고, 올해도 이러한 패턴을 유지한다. “저마다 고유의 팀 문화가 있는데, 세레소는 특히 이채롭다”고 일본 기자들은 이를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흐름이 좋다. 14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ACL 조별리그 G조 원정 1차전에서 1-0 승리를 챙긴데 이어 21일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홈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양동현-김진현(골키퍼·이상 세레소), 김영권(광저우)의 ‘코리안 더비’로 주목받은 경기였다. 오프사이드로 무산된 2골이 안타깝지만 몹시 인상적이었다. 광저우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 감독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윤 감독은 “시즌 첫 홈경기를 이기고 싶었다”며 씁쓸해했으나 세레소 구성원들은 갈채를 보냈다. 구단 관계자는 “윤 감독 부임으로 팀이 더욱 단단해졌다. 물러서지 않는 팀이 됐다. 일본 축구를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 ‘윤정환 효과’를 높이 산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일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