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부는 ‘일본원작’ 열풍…왜?

입력 2018-02-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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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 - ‘리틀 포레스트’ - ‘지금 만나러 갑니다’(왼쪽부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주)플러스엠·롯데엔터테인먼트

골든슬럼버·리틀 포레스트 등
검증된 이야기·제작 부담 줄어


우연의 일치일까. 의도된 흐름일까.

일본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가 최근 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영화의 공개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극장가에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강동원의 ‘골든슬럼버’를 비롯해 28일 개봉하는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와 3월14일 공개하는 손예진·소지섭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저마다 일본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로, 국내서도 인지도가 상당하다.

이런 일본 작품들이 국내서 영화로 재탄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동안 한국영화가 주력한 스릴러와 범죄액션 등의 장르가 더는 관객에 소구되지 않는다는 ‘한계론’ 속에 기존과 다른 이야기를 찾는 시도가 일본 작품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년 전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유해진의 ‘럭키’가 698만 관객에 성공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김지운 감독이 정우성·강동원과 촬영중인 ‘인랑’ 역시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들은 신선한 이야기와 정감어린 정서를 담아낸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 집으로 내려와 사계절 농사지은 작물로 밥을 짓고, 고향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비슷한 현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20∼30대가 특히 공감할 영화다.

‘골든슬럼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후보 암살 누명을 쓴 주인공과 친구들의 ‘우정의 연대’가 뭉클함을 안긴다. 향수를 자극해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최근 몇몇 한국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오랜만에 나오는 멜로로 주목받는다. 멜로는 최근 한국영화가 가장 취약한 장르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은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 한다. ‘리틀 포레스트’ 제작사 영화사 수박 관계자는 “투자 유치나 캐스팅에 있어서 어느 정도 검증된 이야기라는 점은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일본 원작은 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까다로운 소설 및 만화 판권 구매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계약이 성사된다고 해도 어떻게 한국적 색을 덧입힐지는 핵심 과제다. 강동원 역시 “‘골든슬럼버’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판권 구매였다”고 밝혔다.

이질감을 줄이는 ‘각색’도 관건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 가운데 상당 부분의 설정을 국내 정서에 맞게 바꿨다. ‘리틀 포레스트’ 역시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진 영화는 두 계절씩 담아 2부작으로 제작됐지만 국내선 한 편으로 완성했다.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은 “원작은 일본적 감성이 강해서 이를 한국적으로 바꾸는 일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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