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준수. 사진제공|kt wiz
26일 수원 롯데-KT전을 앞두고 KT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건넨 말이다. 강 코치가 긴장한 이유는 이준수(30)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었다. 대수비로 출장해 실수를 연발한 그를 두고 강 코치는 “원래 그런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간만의 1군 무대라 긴장한 것 같다”며 “홈에서 선발로 나서는 (이)준수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준수는 강성우 코치의 염려를 기분 좋게 기우로 만들며 고영표와 함께 완투승을 합작해냈다.
2007년 KIA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준수는 2년 만에 방출 아픔도 겪었다. 경찰 야구단 시험에도 떨어져 현역병으로 군 복무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한화에 입단한 그는 2014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진했다. 그러나 팀은 그를 기다리지 않았고, 2016년 여름 방출을 결정했다. 이준수는 2016시즌 종료 후 KT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김진욱 신임 감독 앞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합격.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낸 그는 지난 18일 KT 입단 후 첫 콜업됐다.
누군가에게 사소한 기록은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준수는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교체 출장해 안타를 쳤다. 한화 시절이던 2013년 10월 1일 대전 삼성전 이후 1662일만이었다. 이어 24일 수원 SK전에서는 9회 고효준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역시 한화시절이던 2013년 9월16일 대전 KIA전 이후 1681일만이었다. 그리고 26일 경기 선발출장. 이는 KT 이적 후 처음이었으며, 한화에서 뛰던 2013년 10월1일 이후 1668일만이었다.
평범하고 흔한 기록이 이준수에게는 1660일을 훌쩍 넘긴 뒤 찾아오고 있다. 이준수는 “솔직히 요즘 같은 시간을 위해 그동안 참고 버텨왔다. 1군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보며 팬들의 함성 소리 앞에서 뛰고 싶었다. 힘든 2군 생활이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버텼던 건 ‘언젠가 지금처럼 1군에서 뛸 것이다’는 믿음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KT는 리그 전반의 ‘포수 기근’과 멀찍이 떨어진 팀이다. 장성우와 이해창이 건재하고, 김만수, 문상인, 조대현 등 ‘영건’들의 성장세도 빠르다. 만30세의 이준수로서는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여긴 프로다. 잘하는 선수가 1군에서 뛰는 것이다. 누구에게든 기회가 열려있고, 내 야구만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이준수의 야구’란 무엇일까. 그는 “내 야구는 희생이다. 투수가 빛나도록 만들고 싶다. 공격에서도 번트나 작전 수행에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타고난 포수 체질’이라는 말에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마칠 때쯤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실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준수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봐 내색은 안 하신다. 그저 ‘고생했다’는 한마디뿐이었다. 그 말은 단지 한 경기 얘기가 아니라 그간 2군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한 격려와 박수라고 생각한다”며 “언제 그만둘지는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뛰고 싶다”고 답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