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상대 무실점, 해커가 남긴 희망과 과제

입력 2018-07-08 21: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에릭 해커. 스포츠동아DB

넥센 에릭 해커(35)의 KBO리그 복귀 후 두 번째 등판 상대는 NC였다. NC의 1군 진입 첫해인 2013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자신이 5년간 몸담았던 친정팀을 상대로 복귀전 승리를 노려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었다. 해커와 NC가 적으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8일 고척 NC전에 앞서 “해커의 몸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등판 일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NC 유영준 감독대행은 “우리 선수들과는 상대한 데이터가 없으니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며 분석했다. 우리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공 던지는 영상도 찾아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해커는 친정팀을 적으로 만난다는 사실에 들떴는지, 마운드로 달려나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복귀전이었던 3일 고척 SK전에서 4.1이닝만에 7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던 해커는 이날도 중반 이후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5이닝 4안타 3사사구 4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해커는 최고구속 144㎞의 투심패스트볼(11개)과 컷패스트볼(14개), 직구(포심패스트볼·12개), 커브(25개), 체인지업(22개), 슬라이더(9개) 등 6개의 구종을 섞어 93구를 던지며 옛 동료들을 상대했는데, 공 끝의 움직임과 커브의 낙폭은 한창 좋았을 때와 견줘 큰 차이가 없었다. 향후 희망을 키운 대목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4회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탓에 제구가 흔들리고, 투구수가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3개의 4사구가 모두 4회 이후에 나왔다. 장 감독이 “해커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맞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전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