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태극GK 조현우가 뜬 그날, 대구는 뜨거웠다!

입력 2018-07-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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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대구FC 경기에서 대구 조현우가 서울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과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한 승리의 쾌감을 동시에 안긴 태극전사들의 2018러시아월드컵 여정은 긴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다시 뛴다.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후반기 레이스가 주말 일제히 재개됐다. 월드컵 휴식기 전력보강을 하고, 단기 전지훈련을 통해 재정비한 12개 구단들은 정규리그 15라운드가 펼쳐진 초록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90분을 보냈다.


특히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출동이 반가웠다.


8일 대구FC와 FC서울이 맞선 대구스타디움의 풍경은 예사롭지 않았다. 스웨덴~멕시코~독일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숱한 선방 쇼로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한 대구 수문장 조현우(27) 효과는 대단했다. 킥오프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 입장 게이트와 티켓부스 앞에 긴 줄이 형성된, 평소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전 발표된 유료 입장관중은 1만2925명. 초청관중을 포함하면 1만3403명이다. 대구는 올 시즌 전반기 홈 8경기에서 모두 1만9208명(경기당 평균 2401명)을 끌어들였는데, 평소보다 5배가 넘는 관중이 대구스타디움을 찾아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이날 경기의 모든 초점이 조현우에 맞춰졌다. 대구 구단이 마련한 각종 이벤트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카드섹션과 부채 퍼포먼스, 대구광역시 홍보대사 위촉행사, 한정 판매된 친필사인 유니폼 구매자들의 선수단 입장 에스코트, 하프타임 퀴즈 쇼에 등장했다.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대구FC 경기에서 조현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조현우는 지난달 29일 귀국 후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각종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공중파 TV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상 업그레이드. 대구 관계자들은 “배가 된 업무에 힘들지만 행복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 홈 관중에 고무된 대구의 저력도 매서웠다. 전반 초반 0-2로 끌려가다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전에도 서울을 내내 괴롭혔다. 상대가 시도한 두 차례 슛에 2실점한 조현우도 안정을 되찾고, 뒷문을 지켜 소중한 승점 1을 따냈다. “성공할 자질이 있으리라 봤지만 그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며 제자를 칭찬한 대구 안드레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조현우가 멕시코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동료들에게 외친 “포기하지 마”가 대구에게도 그대로 투영됐다.


조현우는 “공을 잡을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이토록 호응해주실 줄은 몰랐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서울) 고요한 형도 열기에 놀라더라. 대단한 선수도 아닌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말 감사할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왜 K리그에 스타가 필요한지, 어째서 4년 주기 월드컵을 우리 축구에 흥행 기폭제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조현우와 대구의 유쾌한 동행이 보여줬다.


대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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