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킬롤로지’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악순환

입력 2018-07-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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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뉴스를 통해 접한다. 가끔은 ‘저게 사람이 할 짓이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혹한 사건들도 많다.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 ‘결과’에 집중한다. 예를 들자면 피해자의 사망 여부. 점차적으로 가해자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왜 그런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다룰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결과에 집중한다. 그 범죄자가 얼마나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를 줬는지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연극 ‘킬롤로지’는 인간의 생각을 되감기 시킨다. 결과는 물론이거니와 왜 그런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위한 변명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단지 우리에게 한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조금 더 깊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뿐이다.


공연의 시작은 아버지 ‘알란’이 게임 회사 운영자인 ‘폴’을 죽이기 위해 그의 집에 잠입하면서부터다. 알란의 아들 ‘데이비’는 폴이 만든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당했기에 간접적인 가해자로 여겨 죽이러 온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연극은 알란, 폴 그리고 데이비의 시선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각각 구석에 자리를 잡고 120분간 거의 마주하지 않고 독백을 한다. 누구도 선하지 않았고 악하지만도 않은 이들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길 바랐지만 평생 갈등만 생겨 결국 ‘킬롤로지’를 만들어버린 폴, 아들이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알란’, 편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해 비뚤게 나가버리는 아들 ‘데이비’는 무대 위에서 각각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와 큰 난제가 자리잡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게임을 단순히 ’창의적인 게임‘으로만 볼 것인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독’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 말한다. 범죄뉴스나 콘텐츠를 모방하는 ‘카피캣 효과(Copy Cat Effect)부터 게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이런 사회적인 문제가 개개인의 삶의 영역에 들어갔을 때도 다뤄진다. 아버지의 관심·가족의 애정 부재 등 개개인의 문제가 사회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큰 문제가 됐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비난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있다.

극 중 결코 폭력적인 장면은 없다. 데이비는 살해당하고 알란은 폴을 죽이려 들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아닌 귀로 들리는 것이 전부다. ‘알란’ 역의 이석준, ‘폴’ 역의 이율, ‘데이비’ 역의 이주승은 독백으로 극을 이끌지만 세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무대 위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거울 등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킬롤로지’는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의 작품으로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초연한 후 1년 여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월에는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협력극장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박선희 연출가가 맡았다. ‘알란’ 역에는 김수현, 이석준, ‘폴’ 역에는 김승대, 이율, ‘데이비’ 역에는 장율, 이주승이 연기한다.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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