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사례로 본 내야수의 외야전향, 경험자의 조언과 전망

입력 2018-07-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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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는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2루수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야수 정근우를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구단의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변화다. 큰 틀의 포지션 변화는 정근우의 커리어에 어떻게 작용할까. 스포츠동아DB

야구에서 포지션 변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큰 틀의 변화라면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 국가대표 2루수로 통하는 한화 정근우(36)의 외야 전향이 큰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자의가 아닌 타의로 중견수와 우익수로 나선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구단의 장기 플랜에 따른 포지션 이동은 처음이라 그 무게감이 다르다.

정근우는 2015시즌 중견수로 10경기(27.2이닝)를 소화했고, 2016시즌(중견수 5이닝·우익수 3이닝)과 2017시즌(중견수 3이닝)에도 외야 수비에 나섰다. 그러나 좌익수는 2007년 1경기(1이닝)에 교체 출장한 게 마지막이다. 그만큼 공백이 길었다. 좌익수와 중견수, 우익수의 수비 난이도와 역할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시즌 좌익수 이동은 정근우에게 분명 새로운 도전이다. 11년 만이자 올 첫 좌익수 출장인 19일 수원 KT전에서 타구 판단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KBO리그 역사에서 내야수가 외야로 이동한 대표적인 사례는 장성호(KBSN스포츠), 이순철SBS스포츠), 이종범(MBC스포츠+) 해설위원이다. 장성호 위원은 현역 시절 1루수와 좌익수를 오갔고, 이순철 위원도 데뷔 첫해인 1985년 3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뒤 중견수로 자리를 옮겨 4차례 황금장갑(외야수 부문)의 주인이 됐다. 이종범 위원도 일본프로야구(주니치) 진출 직전 해인 1997시즌까지 유격수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주로 중견수와 우익수를 맡았다.

해외 사례도 있다. 4년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후쿠도메 고스케(한신)도 대형 유격수 유망주였지만, 수비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외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 처음 수비 위치를 바꿀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장성호, 이순철 위원에게 내야수의 외야 전향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센스 만점 정근우, 충분히 적응할 것!

2루수가 주 포지션인 정근우 입장에선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에 속하는 중견수 수비가 한결 편할 수 있다. 넓은 수비범위를 필요로 하지만, 휘는 타구가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지금 정근우에게 주어진 포지션은 좌익수다. 그에 맞게 적응해야만 한다. 장성호 위원은 “외야수의 타구 판단이 쉬울 것 같지만, 그 위치를 잡는 게 정말 어렵다”며 “나도 1루수와 좌익수를 오갔는데, 두 포지션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중견수가 아닌 좌·우익수는 휘는 타구가 많아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 괜찮다. 정근우가 지금 경험이 많지 않아 힘들겠지만, 워낙 야구 센스가 뛰어나니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순철 위원은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는 대학 시절에 외야수를 경험해서인지 적응이 빨랐다. 정근우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외야로 전향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내야와 외야는 타구 판단과 풋워크, 거리 측정 등 여러 가지가 다르다. 외야에선 타구를 빠트리면 곧바로 대량실점이다. 특히 타자의 타격 자세와 타구음에 따라 빠르게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 내야와 다르다. 당장 외야 적응이 쉽진 않겠지만, 정말 많은 훈련을 통해 적응해야 한다. 센스가 있는 선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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