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열 기자의 CAR & TRACK] 사흘 전 긴급 안전진단 받았지만 ‘무용지물’

입력 2018-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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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15분 전남 목포시 옥암동 도로에서 주행 중 불이 난 BMW 520d 차량. 긴급 안전진단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어 안전진단 확인서까지 받은 BMW 520d 차량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해 차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목포소방서

■ 4일 목포서 BMW 520d 또 화재

EGR 외 추가결함 우려가 현실로
외부 수리 이력 땐 보상 불가 고수
BMW ‘강경 입장’에 차주들 분통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 추진”


“언제는 국내 외부 수리업체에 기술 전수한다고 자랑하더니….”

잇따른 차량 화재로 최대 위기를 맞은 BMW코리아의 오락가락 행보에 차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BMW코리아의 차량화재 수습책이 나온 이후 대책 사각지대로 소비자들이 우려했던 사설 정비업체 수리 이력의 BMW 520d 화재가 7월 19일 실제로 발생한 것. 해당 차주 A씨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BMW 측으로부터 외부정비업체 수리 이력이 있어 보상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차량을 중고차로 구매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고, 구입 후에는 정식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소송밖에 답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MW코리아는 2016년 4월 수입차 최초로 외부 수리업체에 기술을 전수하는 기술 세미나등을 개최하며 “국내 자동차 서비스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한 대책에서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소비자만 보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BMW는 20일부터 실시하는 본격적인 리콜에 앞서 7월27일부터 사고 예방 차원에서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부품 내부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침전물 클리닝 등의 정비작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EGR 모듈이 화재 원인으로 거론됐을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결함 등 추가적인 문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안전진단 받은 차량서도 화재

그리고 마치 이런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듯, 실제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옥암동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53살 김모씨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올해 들어 32번째이고 520d 모델로는 19대째다.

문제는 해당 520d 차량이 화재가 나기 3일 전인 1일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안전진단을 받았다는 점. 당시 김씨는 차량 점검 당시 특별한 문제가 없어 안전진단 확인서까지 발급받았다. BMW코리아는 안전진단을 실시하면서 만약 확인서를 발급받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동급 신차로 교환해준다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결국 가장 우려했던 안전점검 후 화재가 벌어지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됐다.

BMW 차량 화재가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는 급기야 5일 BMW 화재 사건의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 민관합동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체의 의혹없이 발화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기 위해 국토부 산하 연구원 뿐만 아니라 참가를 희망하는 외부 전문가를 최대한 참가시켜 민관 합동 조사팀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 자동차 검사소를 활용한 안전진단 지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부실 안전진단을 막고 안전진단 속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BMW는 4일 자정 화재와 관련한 기술자료를 모두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영업기밀에 속하지 않는 내용은 민간 전문가와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너무 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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