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사사로운 이야기] 영화 ‘살아남은 아이’ 부모처럼…난 어른일까?

입력 2018-08-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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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남은 아이’.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살아남은 아이’.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어른답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성인이 됐다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두 어른이 되는 건 아닐 테다. 각자 선 자리에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 배타적이기보다 이타적인 사람, 더 나아간다면 삶과 인간을 향한 사랑을 가진 사람 정도가 어른의 범주에 드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존재 또한 ‘어른’인 것 같다. 꼭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없다. 미디어에서 목격되는 모습,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한국영화에 나오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극적인 사건과 이야기에 얽힌 사람들인지라, 나이는 들었지만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금은 어디서든 어른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인지도 모른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주인공은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부부다. 물놀이를 갔다가 친구를 살리고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부부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가졌다. 그런 부부가 아들이 죽으면서까지 살려낸, 살아남은 아이를 우연히 만나 돕게 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저 부모 없이 혼자 밥을 먹는 그 아이가 신경 쓰이고, 학교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로 월세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자꾸만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이해와 포용, 용서라는 거창한 명제는 이들 부부 앞에 큰 숙제가 아니다. 어른이라면 가져야 할 마땅한 책임을 행할 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몫, 그럼에도 떨칠 수 없는 분노에 고통 받지만 그마저도 딛고 구원으로 한 발 나아가는 부부의 모습은 ‘어른다움’이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영화의 개봉은 30일. 근래 한국영화에서 이처럼 뭉클한 감동을 준 작품은 없었다. 부부 역의 최무성, 김여진의 탁월한 연기도 단연 빛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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