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공격 숫자 거품에 빠진 한국야구의 민낯

입력 2018-08-27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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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야구 대표팀에 가장 걱정했던 결과가 나왔다. 26일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예선리그 1라운드에서 2-1로 졌다. 야구는 묘해서 승패에 따라 같은 팀이 대책 없는 약팀도 사상최강의 팀도 된다. 야구를 보는 깊이가 없으면 착시현상에 쉽게 빠지기 쉽다. 그래서 흥분하지 말고 진득하게 지켜봐야 한다.

다행히 첫 경기여서 상처는 그리 깊지 않다. 예선 결선 모두 리그경기여서 만회할 기회는 있다. 면역주사를 맞을 시기와 겹쳤다면 희망은 있지만 그동안 외면했던 한국야구의 고질병이 드러난 것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 한국야구의 거품은 허약한 마운드에서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정점으로 한국야구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걱정은 그동안 많았다. 올림픽 이후 몇몇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섣부른 판단이라는 반론도 많았지만 위기의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선 류현진 김광현 이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를 키워내지 못한 시스템이 걱정스러웠다. 야구는 투수의 경기인데 전체적인 투수 기량의 하락과 앞으로 우리 야구를 대표할 대형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걱정거리였다.

KBO리그 2018시즌 개막전 선발투수의 명단을 보면 한국야구의 현실이 잘 드러난다. 10명 가운데 토종은 단 1명(삼성 윤성환)이었다. 일본프로야구는 12명 가운데 토종이 무려 9명이었다. 올해만의 일도 아니다. 투수능력과 깊이의 차이를 넘지 못한 채 몇 년째 걱정만 했다. 중간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몇 년째 타고투저 현상이 한국야구의 화두다. 투수가 방망이를 막아내지 못해 경기의 재미가 떨어질 수준이다. 해결책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자면서 심판을 압박하지만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모든 투수의 탓이고 좋은 투수를 만들어내지 못한 지도자들의 공동책임이다. 유망선수를 발굴하거나 키워내지 못할 정도로 선수육성에 약점이 드러났다. 21세기 과학의 시대에 좋은 투수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야구로는 미래가 없다.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 KBO리그 공격지수의 인플레이션

타자는 투수가 단련시킨다. 투수가 약하면 방망이도 약해진다. 평소 만만한 투수의 공을 상대하다 이번 대만전처럼 생소하면서도 제구력을 갖춘 공이 들어오면 우리 타자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현재 KBO타자들의 공격관련 수치는 거품이 심하다. 3할 타자가 규정타석을 채운 60명 가운데 34명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투수들이 허약하다는 증거다. KBO리그에서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웠던 외국인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너무 자주 실패한다. KBO리그 출신 타자들의 능력과 타격관련 수치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이런 숫자의 거품 속에 우리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서 우리야구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흥청망청 해왔다. 김성근 감독이 SK시절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과 디테일한 야구로 리그를 제패할 때 두산 김경문 감독은 발야구를 앞세워 새로운 한국야구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야구가 발전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침내는 존경받는 원로 야구인마저 우리 선수들이 몸값에 걸 맞는 기량을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야구인조차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 현재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선수와 환경을 탓을 할 때도 아니다. 주어진 선수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그 무엇을 야구인들이 내놓아야 한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야구

야구는 익숙함의 경기다. 페넌트레이스는 서로가 뻔히 아는 선수들이 한 시즌에 여러 차례 싸운다. 그래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변수는 줄어든다. 페넌트레이스는 이처럼 팀 전체 전력의 차이를 가리는 방법으로는 최고지만 토너먼트 야구, 국제대회 야구는 전혀 다른 야구를 해야 한다.

서로를 모른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기량으로 승패를 겨뤄야 하기에 선수 개개인의 진정한 야구기술이 중요하다. 우리야구는 이런 야구에 자주 약점을 보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중국에 연장까지 끌려가 고생했다.

그래서 상대분석을 잘해야 한다. 또 생소함 속에서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는 눈과 머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시즌 중에 그런 야구를 경험할 기회가 적었다. 롱볼에 빠져 있는 KBO리그에서 한 점은 큰 의미가 아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한 점이 중요하다. 과연 선동열호는 어떤 결과로 아시안게임을 마칠까. 이제 정말로 궁금해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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