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욱 기자의 머니게임] 반려동물에게 유산 상속…펫신탁을 아세요?

입력 2018-09-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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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의 ‘가족배려신탁’(위쪽)과 KB국민은행의 ‘KB 북녘가족애 신탁’. 사진제공|KEB하나은행·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의 ‘가족배려신탁’(위쪽)과 KB국민은행의 ‘KB 북녘가족애 신탁’. 사진제공|KEB하나은행·KB국민은행

■ 시중은행들 이색 신탁상품 출시 붐

KB국민, 펫팸족 겨냥 펫신탁 선봬
하나은행, 한부모 양육비 상품 출시
신한·우리는 기부·나눔신탁 내놔


시중은행들이 이산가족, 반려동물, 한 부모, 욜로(YOLO) 노년층 등 사회적 변화에 맞춘 독특한 신탁상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믿고 맡긴다’는 뜻을 가진 신탁은 금융업체가 개인이나 법인 고객의 자금을 맡아 일정기간 운용해 생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노년 인구 증가로 인한 은퇴 이후 자산관리 수요가 늘면서 신탁상품 경쟁이 과거보다 더 치열해졌다.


● 이산가족, 한부모, 펫팸족 등 새 시장 개척

KB국민은행은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완화 분위기에 맞춰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에게 상속 자금을 남길 수 있는 ‘KB 북녘가족애(愛) 신탁’을 출시했다. 이산가족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두면 사후 북한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통일이나 남북 간 교류가 원활해져 자금 이동도 가능해지면 북측가족의 신원을 확인한 뒤 자금을 전달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한 부모 가정의 자녀 양육비를 지원하는 ‘양육비 지원신탁’을 판매 중이다. 이혼 증가로 양육비 분쟁이 늘어나는 사회현상을 반영해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신탁에 자금을 맡기면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매월 일정 금액을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지급한다.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KB국민은행 ‘펫신탁’이 대표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고객이 은행에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면 가입자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 양육자에게 양육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또 반려동물 입양과 의료비를 위한 일부인출 기능을 갖춰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펫케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반려동물들. 시중은행들이 이산가족, 반려동물 등 사회적 변화에 맞춘 이색 신탁상품을 내놓고 있다.

펫케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반려동물들. 시중은행들이 이산가족, 반려동물 등 사회적 변화에 맞춘 이색 신탁상품을 내놓고 있다.


● “나를 위해 쓰다”, 고령화 신탁상품은 진화 중

고령화 세대를 겨냥한 신탁 상품은 이른바 ‘욜로(YOLO·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삶) 노년층’ 맞춤 상품을 내놓으며 진화하고 있다. 욜로 노년들은 자녀에게 자산을 남겨주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과거와 달리 ‘나를 위해 먼저 쓰고 남은 유산은 내가 바라는 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조부모가 본인 사후에도 손주의 대학 입학, 결혼, 생일 등 행사가 발생할 때마다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금지옥엽신탁’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장례, 세금, 채무상환을 대신 처리하는 ‘가족배려신탁’, 치매를 대비해 자산관리를 설계해주고 치매 판정 후에는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 관리해주는 ‘치매 안심 신탁’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기부 문화를 반영한 기부형 상품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자산을 은행에 맡긴 뒤 일반 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 사망 후 잔액을 계약서에 명시한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유언기부신탁’을 내놓았다. 우리은행도 가입 금액의 50%는 기부하고 50%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우리나눔신탁’을 선보였다.

시중은행들이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신탁시장 개발에 애쓰는 것은 이자수익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비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신탁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사업 관련 사업부를 그룹 단위로 격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향후 신탁은 선진국처럼 고령화, 1인 가구,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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