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은 올 시즌 한화 이글스 돌풍의 핵심이다. 촉망받는 선발투수에서 불펜자원으로 변신에 성공하며 팀의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그러나 2018시즌을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철벽불펜 이태양이 더 익숙하다. 9일까지 올 시즌 62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해 4승2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2.72(79.1이닝 24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기본 기록뿐만 아니라 삼진(85개)-볼넷(23개) 비율과 피안타율(0.222), 이닝당 출루허용(WHIP·1.11), 기출루자 실점률(0.237) 등의 세부지표를 보면, 얼마나 안정적인 필승계투요원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실제로 계투진 평균자책점 1위(4.22)에 빛나는 한화의 철벽 불펜을 이끈 주인공이 바로 이태양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 스포츠동아DB
● 어떻게 철벽불펜으로 변신했나
직구(포심패스트볼)와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의 다양한 구종을 지닌 터라 선발로 활약하기에 손색이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선발투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한화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이)태양이가 시범경기 때 도망가는 투구를 하길래 2군에 보낸 적이 있는데, 서산에서 팔스윙을 보완한 뒤부터 몰라보게 좋아졌다. 기존에는 기술보다 힘에 의존하는 투구를 하다 보니 큰 키(192㎝)와 하드웨어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한계치에 다다르면 구속이 줄어들었다.” 한 감독의 회상이다.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 투구수가 늘어나면 구속이 줄어드는 단점을 오히려 역이용했다. 한 감독은 “그래. 압축시켜서 짧게 던지는 게 좋겠다. 다른 쪽으로 에너지를 소모하자”고 판단했다. 그렇게 보직을 바꿨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태양은 “오히려 2014시즌과 비교해 지금 밸런스가 좋다고 느낀다. 그만큼 자신감도 커졌다”고 했다.
한화 이태양. 스포츠동아DB
● 마음가짐과 왼발이 만든 변화
한 감독은 이태양의 올 시즌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축이 되는 왼발이 흔들리면서 체중이동에 어려움을 겪더라”고 했다. 송 코치가 이태양에게 “왼발이 무너지면서 컨트롤이 안 되니 그 부분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태양은 이들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자세만이라도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철벽 불펜’으로 다시 태어난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태양은 “왼발로 버티는 힘이 생기니 모든 밸런스가 좋아졌다. 왼발이 무너지면 힘을 쓸 수가 없는데, 버티는 방법을 터득하니 잘되더라. 불펜은 마운드에 오르면 길어야 2이닝, 짧으면 한 타자라고 생각한다. 정타만 맞지 말자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 결과도 좋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한화 마운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성공체험’이다. 약하다고 평가받던 투수들이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자신감을 키운 것이다. 이태양도 올 시즌 내내 성공체험을 하며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필승계투요원으로 올라섰다. “나도 버티는 힘이 있구나. 버틸 수 있겠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운드에 오르는 게 재미있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져온 효과는 엄청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