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슈퍼백업’ 넥센 김지수, 진정한 ‘언성 히어로’가 여기 있다

입력 2018-10-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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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김지수는 올 시즌 2군에서만 95일을 보냈지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돼 가을 야구 경험이 부족한 젊은 후배들의 뒤를 지켜주고 있다. 그는 “내 위치에 상관없이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조언해주려고 한다”고 웃었다. 스포츠동아DB

포스트시즌(PS) 엔트리는 팀당 30명이다. 최정예 멤버를 꾸린 단기전 엔트리의 특성상,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다. 승부처에 등장하는 대수비, 대주자 전문요원인 ‘스페셜리스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넥센 히어로즈 김지수(32)도 PS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로 팀에 큰 힘을 보태는 선수다. 넥센이 창단 첫 PS에 진출한 2013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 가을잔치에 모두 동참했다. 정규시즌 통산 타격 성적은 384게임 타율 0.229(371타수85안타), 4홈런, 33타점으로 표본이 크지 않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데뷔 첫 가을야구 무대인 두산 베어스와 2013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선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눈물을 쏟아 주위를 숙연케 했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앞세워 후배들의 멘토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주축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6월 13일 이후 총 95일을 2군에서만 보냈지만, 넥센 장정석 감독은 주저 없이 그를 PS 엔트리에 넣었다.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결정전(WC)부터 준PO까지 쭉 함께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중압감을 덜어주기 위한 선택이다.” 장 감독의 설명이다.

공격력을 강화하자는 전략을 세우고 시즌에 임한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그러나 긴 2군 생활에도 ‘포기’란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2군경기도 1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뛰었다.

“항상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수비는 한 번 흔들리면 멘탈(정신력)이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내가 공격에 욕심을 부린 게 독이 됐다. 아쉽긴 하지만, 더 중요할 때 팀에 합류했으니 필요한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한다.”

평균연령 25.5세, 넥센은 젊은 팀이다. 32세인 김지수는 베테랑 축에 속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건네는 말 마디마디에 뼈가 있다. 장 감독이 김지수에게 기대한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PO 1차전(19일)에선 3-2로 앞선 8회 1사 1·2루에서 온 몸을 던져 유격수 김하성의 불안한 송구를 걷어내기도 했다. 1점차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다. 김지수가 왜 큰 경기에서 꼭 필요한 존재인지를 증명한 대목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나를 불러주신 것 같다. 위치에 상관없이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조언해주려고 한다. 또한 중요한 순간에 수비에서 내 몫을 잘해야 한다. 떨린다기보다 내 임무가 확실하니 오히려 편하다.”

가을잔치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특출난 스타도 존재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며 팀에 소금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도 있다. 김지수가 바로 그렇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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