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승에도 눈물 쏟은 아산, 이제는 세상이 응답할 때

입력 2018-10-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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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아산 무궁화가 4-0 쾌승을 거두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당당히 실력으로 우승해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

27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34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아산 무궁화 박동혁 감독이 던진 출사표였다. 바람이 이뤄졌다. 아산은 4-0 쾌승을 거두며 승점 66을 확보, 2위 성남FC(승점 59)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아산은 웃을 수 없다. 누군가 말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이었다. 축포와 환희가 가득해야 할 자리는 불안함이 채웠다. 본래는 K리그1 자동승격 티켓을 확보, 모든 팀 구성원들이 다음시즌부터는 ‘윗물’에서 자웅을 겨룰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야 하나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팀 모체인 경찰은 9월 올해부터 선수 수급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축구계는 아무런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예기간도 없었다. 실제로 입대자원을 충당해 전력을 채운 K리그1 상주 상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내년시즌 개막할 무렵, 아산에는 선수 14명만 남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선수규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각 구단별 등록선수 최소 숫자는 20명이다. 결국 리그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찰을 설득하는 한편,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진행 하겠다”는 프로연맹의 의지와 달리 경찰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조기 우승이 탐탁치 않을 수 있다. K리그2 1위의 특권인 ‘K리그1 승격’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다시 경찰은 공을 떠안았다. 연맹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연맹은 11월 5일 예정된 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까지 뚜렷한 방향이 나오거나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 최대한 길게 잡은 마지노선은 K리그2 정규리그가 종료될 11월 11일이다. 아산이 승격자격을 반납하면 최종 2위가 K리그1에 직행하고 3~5위가 플레이오프(PO)를 시작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력이 한동안 단절될 2018러시아월드컵 국가대표 주세종을 포함한 14명 나머지 선수들의 처지도 딱하지만 아산이 현재 운영 중인 산하 유소년 팀들이 연쇄적으로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풀뿌리 시스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산은 도·시민구단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선수단도 “주변이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아산은 프로다운 자세와 의지, 실력으로 존재의 가치를 입증시켰다. 이제 경찰이 응답할 차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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