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장현수 일벌백계는 당연한 결과다

입력 2018-11-0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장현수. 스포츠동아DB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경기장 안의 신체 행위와 그걸 보는 관전 문화에 국한된 게 아니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 공동의 목표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규칙과 약속, 관용, 배려, 책임 등 사회 구성원이 가져야할 덕목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스포츠의 영역이다. 또 정치와 사회, 경제, 외교 등에서도 갈수록 중요해지는 게 스포츠의 역할이다.

영역과 역할의 확대와 함께 스포츠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단순히 운동만하는 선수나 지도자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부상했다. 따라서 스포츠인의 언행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보여주는 도전과 용기, 공정성, 시민정신 등은 순기능을 한다. 반면 그들의 일탈행동, 즉 속임수나 반칙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기장 폭력이나 불법도박, 승부조작 행위가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이런 나쁜 행동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통해 드러난 사회현상도 스포츠의 가치와 직결된다. 일부 종목의 국가대표선발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한 팬들의 요구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축구에서 불거진 문제도 그 정도가 심각하다. 축구대표선수 한명의 일탈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오는 지를 일깨워줬다.

장현수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그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특례 대상이 됐다. 그 대상자는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의 특기활동을 하는 대신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 동안 봉사활동하고, 그 실적을 관계 기관에 증빙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증빙 서류를 조작하다가 발각됐다.

서류 조작은 범법 행위다. 특히 태극마크를 단 태극전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병역특례라는 남들이 누리지 못한 혜택을 누렸다면 더 겸손하고 더 많은 봉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가 준 배려에 감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배신했다. 사회적인 공분은 당연했다.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태극전사가 가져야 할 품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대우를 해줄 필요가 없었다.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에는 대표 선수들의 행동요령이 담겨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제6조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품위유지 및 사회적 책임감, 도덕성 유지 및 선수 상호 간의 인화단결을 도모할 의무(제14조 선수의 의무)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도록 했다(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 장현수는 이에 해당된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공정위원회를 열고 장현수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예상과 달리 수위가 높은 징계다. 장현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신뢰와도 직결됐기 때문에 공정위원회의 판단도 일벌백계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조작과 거짓말은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게 이번 장현수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