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앵란이 4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성일의 빈소에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수많은 영화에서 신랑 신부 역을 해온 ‘스타’들이지만 진짜라 그런지 홍조 띤 얼굴에는 당황한 빛조차 있었다.”
1964년 11월14일 오후 2시 톱스타 신성일(당시 28)·엄앵란(29)이 서울 워커힐에서 결혼하며 빚어낸 풍경을 당일 동아일보는 이렇게 전했다. 두 사람의 이날 결혼식을 보기 위해 수천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로부터 54년, 하지만 남편 신성일은 결혼기념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4일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부침 많은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올해 3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1970년대 중반부터 별거해왔다고 고백했다. 신성일은 2011년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를 내놓으면서 아나운서였던 고 김영애를 한때 사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2015년 엄앵란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이를 남편에게 알렸다. 신성일은 엄앵란과 함께 병원을 드나들며 아내의 투병생활에 힘이 되어 주었다. 이번엔 남편마저 폐암과 싸워야 했다. “남편은 내가 책임지고 먹여 살려야 하는 큰 아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변하지 않고 의지하는 기둥이다”고 했던 엄앵란은 4일 여전히 훤칠한 얼굴의 남편 영정 앞에서 “우리는 동지다”고 말했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