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훈. 사진 | 뉴시스
2018시즌 한화 이글스가 가을야구에 진출한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기용한 젊은 피의 성공도 한몫했다. 우투수 김성훈(21)도 그 중 한 명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단순히 ‘비밀병기’로 손꼽았던 젊은 투수가 가을잔치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며 이름을 각인했다. 그 모든 것은 배짱 넘치는 투구에서 시작했다.
김성훈은 2018 정규시즌 10경기(5선발)에서 2패, 평균자책점 3.58(27.2이닝 11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표본은 크지 않았지만,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의 다양한 구종을 보유한데다 공격적인 승부를 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메인메뉴인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나 커브의 빈도를 늘린 것도 그의 실험정신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1군 진입 첫해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2019시즌에도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시즌 입단 후 꾸준한 노력을 동반한 결과라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도 훈련 프로그램을 성실히 소화하며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김성훈은 “항상 선배님들의 투구를 관찰하며 공부하고, 경기에 나가면 그것을 응용해서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분하게 던지는 선배님들을 보며 경험과 멘탈(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행복하게 야구한 시즌”이라고 밝혔다.
배짱 넘치는 투구의 원천은 2군 코칭스태프의 조언이다. 스스로도 “최계훈 2군 감독님과 정민태, 마일영 코치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경기고등학교 시절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터라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그에게 “올해(2018시즌) 무조건 1군에 한 번 꼭 보내주겠다”던 정민태 코치의 한마디는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줬다. “2군에서 메커니즘을 교정하는데 힘썼다. 나는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였다. 변화구도 없었고, 컨트롤도 나빴다. ‘공만 빠르다고 통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구속이 나오지 않을 때 타점 등의 메커니즘을 조정하니 구속이 오르더라. 그러다 보니 변화구도 통하기 시작했다.”
보완해야 할 점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만족을 모르는 성격이 엿보였다. 김성훈은 “아직 구종이 단순하다”며 “기존에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커브를 곁들이는 정도였는데,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도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KIA 타이거즈 김민호 코치의 아들로 더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화 투수 김성훈’이란 타이틀이 더 익숙하다. 현역 시절 유격수였던 아버지와 포지션은 다르지만, 같은 야구인으로서 통하는 게 많다. 김 코치도 아들에게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니 항상 준비 잘하고, 아프지 말라”고만 말한다.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배려다. 김성훈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아버지께서 ‘잘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신다. ‘못 해도 되니 준비 잘하고 아프지 말라’고만 하시니 오히려 부담 없이 편안하게 뛸 수 있다. 내게는 큰 힘”이라고 부자간의 정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