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이승우. 스포츠동아DB
16강전 바레인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벤투는 “이미 선수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이승우의 행동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줬거나 또는 이승우와 대화를 통해 상황 설명을 충분히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감독에게 한 번 눈 밖에 난 선수는 사실상 출전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이승우의 경우 물병 논란 이전에도 경쟁자들에게 밀린 것은 물론이고 벤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엔트리에 들지 못하거나 엔트리에 포함되더라도 벤치에 앉아 있는 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는 이승우를 물병 논란에서 자유롭게 해줬다. 쉽게 말해 기회를 준 것이다.
벤투는 바레인과 16강전 후반전 종료 직전에 황인범 대신 이승우를 투입했다. 이번 대회 첫 출전이다. 이승우는 감독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장전에 들어가자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몇 차례 슈팅을 시도하면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대의 반칙을 유도하는 등 움직임이 가벼웠다. 수비 때도 상대를 적극 마크하는 강한 투지를 보였다. 1-1로 동점이 되면서 가라앉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훌륭한 조커였다.
벤투는 경기 후 “이승우를 투입한 건 팀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승우는 역습 시 드리블로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몸 상태도 좋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이 빠른 이승우가 들어가면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선수라면 뛰고 싶고, 경기장에 나가고 싶다. 승부욕과 열정이 강하기 때문에 매 경기 들어가고 싶고,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물병을 찬 일) 내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팀에 피해가 돼 죄송했다”면서 “8강에 올라가 기쁘다. 남은 시간 동안 잘 회복해 8강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