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쇼트트랙대표팀 코치. 스포츠동아DB
법원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38)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은 추가하지 않았다.
23일 오전 11시 수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에서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혐의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을 추가하지 못해 기존과 마찬가지로 조 전 코치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법원이 검찰의 속행 요청을 받아들일지가 이날 공판의 쟁점이었다. 심석희는 폭행 혐의 관련 항소심 결심공판일이었던 2018년 12월 17일 조 전 코치의 성폭행 관련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조 전 코치의 성폭력 혐의가 불거진 것은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돼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검찰이 법원에 속행 요청서를 제출한 이유가 바로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에 대한 추가 수사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습상해와 성폭력의) 두 가지 혐의는 동일성이 없다”며 검찰의 요청을 거부했다. “향후에 성폭력 혐의를 추가해 1심부터 진행하거나, 지금의 공소사실(상습상해)을 유지하라”고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은 결국 재판부의 입장(공소사실 유지)을 따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 전 코치는 이날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공판 도중에는 법률대리인 오동현 변호사와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추가 고소사건(성폭력 혐의)에 대해선 피고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겠다”며 “피고는 잘못된 지도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조 전 코치 본인도 “최고의 선수를 육성하고 싶었는데, 내 잘못된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줬다.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향후에도 조 전 코치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면밀히 수사해 상습상해 혐의와 별도로 기소할지 검토키로 했다. 심석희 측 법률대리인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조 전 코치측이 어떻게 (성폭력) 혐의를 부인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팩트를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고, 소명했다”며 “검찰의 추가 요청이 들어오면 그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가해자가 하루빨리 죄를 인정하고, 심석희를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