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년 초연된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사회가 요구한 역할에 갇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노라가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나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가출한다는 설정은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고, 전 세계의 관객들은 ‘노라’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100년 이상 품어왔다.
이제 집을 나갔던 노라가 그 문을 다시 노크한다. 미국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Lucas Hnath)가 2017년 발표한 작품, ‘인형의 집 Part 2’를 통해서다. 15년 만에 집으로 온 노라, 그녀는 왜 돌아온 것일까?
2017년 미국의 사우스 코스트 레퍼토리 극장을 거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인형의 집 Part 2’는 개막하자마자 언론의 호평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 해 브로드웨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미국 최고 권위의 토니 어워드(Tony Awards)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등 8개 부문을 포함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Drama Desk Awards)’, ‘아우터 크리틱 서클 어워즈(Outer Critic’s Circle Awards)’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이듬해에는 무려 27개 극장에서 공연되며 2018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상영된 연극으로 선정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노라가 떠난 후 남겨진 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떠났던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전히 살았을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노라는 15년 전 자신이 힘껏 닫고 나갔던 문을 다시 열고 돌아와 남겨졌던 토르발트, 유모 앤 마리, 딸 에미를 차례차례 대면한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 노라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인형의 집 Part 2’는 등장인물 간의 다른 입장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며 긴장감 넘치는 대립의 현장을 만들어내는 공연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작품에 서이숙, 우미화, 손종학, 박호산 등 탄탄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베테랑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은다.
주인공 ‘노라’ 역은 200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이자 2018년 연극 ‘엘렉트라’(한태숙 연출)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과, 베테랑 연극배우이자 최근 ‘SKY 캐슬’에서 ‘도훈 엄마’ 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우미화가 더블 캐스트로 출연한다. ‘노라’의 남편 ‘토르발트’ 역에는 ’미생’의 마부장으로 잘 알려진 배우 손종학과 ’나의 아저씨’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박호산이 출연하여 돌아온 노라와 팽팽한 설전을 펼친다. 또한, 노라가 떠난 가정을 지킨 유모 ‘앤 마리’ 역에는 배우 전국향, 성인이 되어 엄마를 처음 대면하게 된 노라의 딸 ‘에미’ 역에는 배우 이경미가 출연한다. 그리고 연극 ’하이젠버그’, ’비너스 인 퍼’,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등을 통해 배우들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기를 이끌어 낸 김민정이 연출가로 함께한다.
문을 닫고 나간 것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 이후에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른 세상임을 통렬하게 보여주는 ‘인형의 집 Part 2’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화제작이 될 것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