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늦깎이 신인’ 이대은 “FA 불발? 야구만 잘하면 돼”

입력 2019-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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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도전, 일본 프로야구에 이어 군 복무까지 먼 길을 돌아 서른 살에 KBO리그 신인이 됐다. 24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이대은에게는 신인의 패기와 다양한 경험이 선물한 깊은 자신감이 함께 느껴졌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인인듯 신인 아닌 신인 같은 너?’

이대은(30·KT 위즈)의 야구인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신일고 졸업 후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다.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을 맛보고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2년간 활약한 뒤 2017년부터 2년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KT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그는 만 서른의 나이에 2019시즌 신인으로 한국야구 도전장을 던졌다.

KBO리그 무대를 처음 밟는 신인이지만 해외 유턴 경험 탓에 신인왕 자격은 없다. 아무리 빼어난 활약을 펼쳐도 타이틀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에 토끼 눈이 됐지만, 이내 “괜찮다. 좋은 모습만 보이면 그걸로 됐다”고 훌훌 털어버리는 이대은이다. 2019시즌은 물론 그 너머까지, 긴 야구 인생을 그리고 있는 이대은을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KT 투수 이대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약체’ KT의 5강 도약 주역 꿈꾼다

이대은은 1월 11일부터 21일까지 11일간 괌에서 개인훈련을 가졌다. 10일 KBO 신인오리엔테이션을 소화했고, 22일 KT 신년 결의식을 진행해야 했다. 사실상 가능했던 모든 시간을 쪼개 개인훈련을 진행한 셈이다. “캠프 출발 전까지 제대로 던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었다. 성실하게 준비 잘했으니, 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괌 훈련지에서는 혼자 야구를 한 것인가?


“아니다. 바로 옆에서 박세혁,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아베 신노스케가 동반훈련 중이었다. 투수 중에서는 (심)수창이 형, (손)승락이 형, (한)현희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야구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봤다. 좋은 시간이었다.”


-이제 진짜 ‘KT맨’이다. 팀 성적에 대한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5강이다. KT 토종 최초 10승에도 욕심이 난다. 내가 10승 이상 소화한다면 팀 성적도 지난해보다 오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하위권이었던 팀에서 활약하며 성적을 끌어올린다면 뿌듯할 것 같다. 동기부여가 된다. 열심히 해서 팀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강철 신임감독은 이대은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생각 중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 둘보다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여느 신인과 다른 야구항로를 지나온 만큼 기대치 자체도 다르다. 신인이라 최저연봉(2700만원)을 받지만 중간 이상의 성적만 내도 ‘가성비’는 만점이다. 이대은도 이미 완전히 KT에 녹아들었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KT위즈파크에 매일 같이 출근해 엄상백 등 투수 후배들과 개인훈련을 했고, 훈련 후 취미까지 같이 하며 가까워졌다.


-벌써 후배들과 많이 친해졌다. 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나?

“기복이 심하다고 들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연패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KT는 의기소침한 분위기가 오래 지속됐다고 들었다. 자연히 연패는 길어진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후배들이 먼저 다가올 것 같다.


“신인인데도 나이로 따지면 투수 중 상위권이다. 하지만 막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반대로 동생들이 다가왔을 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많이 알려주고 싶다. 미국 생활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들의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

KT 투수 이대은.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FA 불발? 활약하면 연봉 오르겠죠”

늘씬한 몸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이대은은 2015프리미어12를 즈음해 국내 소녀팬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외모가 준수한 운동선수에게는 대부분 ‘게으를 것’, ‘뺀질댈 것’이라는 편견이 붙는다. 조금만 부진하더라도 ‘외모 관리할 시간에 운동이나 더 해라’라는 비판이 날아든다. 운동선수에게 외모 칭찬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아직 KBO리그에서 보여준 게 없는 이대은 역시 이러한 편견을 알고 있다. 실제로 이대은의 개인 트레이너가 그의 훈련을 지켜보며 “며칠 나오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하더라”고 평가할 정도다.

“내 의도와 상관없는 것 아닌가. 뺀질대지 않고 훈련한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 내 야구를 묵묵히 한다면 그런 비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대은이다. 단, 본인도 준수한 외모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얼굴값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너스레도 덧붙였다.


-서른 살에 신인이니,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으면 30대 후반이다. 현실적으로 거액의 FA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알고 있다. 솔직히 FA 권리를 얻기 힘들다는 게 처음에는 아쉬웠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뛰는 게 맞는데, 그걸 아쉬워해서 득이 될 게 없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한다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거면 충분하다.”


-우완 투수 중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에 대한 로망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좌완 선발투수들의 활약에 비해 우완 투수들은 조금 약세라고 들었다. ‘오른손 선발투수’라는 명제를 꺼냈을 때 이대은이라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끔은 ‘얼굴도 잘생겼는데 야구도 잘하네’라는 말도 듣고 싶긴 하다(웃음).”

● 이대은은?


▲ 생년월일=1989년 3월 23일 ▲ 출신교=역삼초~경원중~신일고 ▲ 프로 입단=2019년 KT 위즈(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 해외 경력=2007년 아마추어 자유계약(시카고 컵스), 컵스 산하 마이너(2007~2014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2015~2016년) ▲ 군 복무=경찰 야구단(2017~2018년) ▲ 국가대표 경력=2015 WBSC 프리미어 12,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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