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출국한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는 3층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몰렸다.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심석희(22·한국체대)의 출국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2월1~3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 2월8~10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시리즈 5~6차대회에 연이어 출전한다. 상습상해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주장하며 힘든 시간을 겪은 심석희도 예정대로 빙판 위에 오른다. 특히 심석희의 대회 출전은 일련의 사건에 따른 심리적인 불안감을 이겨내고 실력을 입증하겠다는 의지 표현이기에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심석희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최대한 노출을 피했다. 당연히 인터뷰도 고사했다. 최민정(성남시청)과 노아름(전북도청), 김예진(한국체대) 등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빙상계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말 한 마디가 잘못 전달될까 우려한 것이다.
대신 송경택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송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코칭스태프는 10일부터 태릉국제빙상장 대신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장소를 옮겨 선수들을 지도했다. 세간의 관심이 워낙 커진 탓에 태릉에서는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천에서도 훈련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송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은 70~80% 정도 되는 것 같다. 심석희는 물론 우리 선수들 모두 밝은 분위기에서 훈련하며 준비했다. 우려와 다르게 소통도 원활했고, 훈련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훈련하는 선수들과 열심히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인천국제공항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