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앤 트레이드만 생각한 LG, LG만 생각한 김민성

입력 2019-03-05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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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김민성(31)은 LG 트윈스가 2018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영입을 위해 공들였던 선수다. 원 소속구단 키움도 김민성의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3시즌부터 6년 연속 타율 0.280, 1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건실한 수비를 자랑하는 3루수 자원을 마다할 팀은 없었다. 특히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3루수 구애에 나섰던 LG는 그 누구보다 간절히 김민성을 원했다.

단,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LG는 보상선수 또는 보상금을 내주지 않고 김민성을 영입하길 바랐다. 그 방법은 단 하나, 사인 앤드 트레이드였다. FA 규정대로라면 김민성을 영입하기 위해선 그의 2018시즌 연봉(3억5000만 원)의 200%인 7억원과 보호선수 20인 외 한 명, 또는 300%인 10억5000만 원을 키움에 보상해야 했다. 송성문과 장영석, 임지열 등 젊은 3루수 자원을 여럿 보유한 키움 구단의 사정도 고려했다. 키움 구단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수용하면, 곧바로 영입을 진행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민성의 마음도 LG쪽으로 기울어졌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LG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민성이 일본 가고시마로 개인훈련을 떠났을 때도 에이전트가 꾸준히 두 구단을 오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LG는 사인 앤 트레이드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결국 김민성의 행선지는 LG와 키움 중 하나로 좁혀졌고, 둘 다 비슷한 계약 조건을 건넸다. 단순히 조건만 놓고 보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김민성은 LG를 택했다. 히어로즈 구단도 김민성의 결정을 존중해 사인 앤 트레이드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민성은 3일 고척스카이돔에 위치한 키움 구단사무실에 방문해 계약을 마친 뒤 정들었던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4일 오전 형식상의 이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고, LG는 곧바로 김민성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까지 제작했다.

애초 양 구단이 5일 계약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4일 오후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김민성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LG와 키움 구단측은 더 이상 부인하지 않고 사실을 인정했다. 김민성은 본인이 뛰면서 팀의 전력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과 후배들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LG행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개월간 줄기차게 버틴 LG의 전략이 성공으로 귀결된 순간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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