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3월 A매치에 나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를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축구의 경우 국가대항전(A매치)의 선수 엔트리는 23명이다. 골키퍼(3명)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20명이다. 대개 포지션별로 8명(수비)-8명(중원)-4명(공격)으로 구성되는데, 감독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이 숫자는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선택하는 게 ‘멀티 자원’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술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멀티 자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벤투는 11일 3월 두 차례 A매치에 나설 명단(27명)을 발표하면서도 선발의 잣대 중 하나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부상에서 회복해 컨디션을 되찾은 권창훈(디종)의 선발을 두고 벤투는 “측면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에 부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파악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벤투의 성향을 잘 보여준 코멘트다.
이강인(발렌시아) 선발에 대해서도 그는 포지션을 강조했다. 벤투는 “(이강인은) 측면에서 윙 포워드처럼 활약할 수 있고, 또 섀도 스트라이커로 중앙에서도 가능하다. 발렌시아 2군에서는 주로 중앙에서 많이 활약했고, 성인 1군 무대에서는 측면에서 많이 뛰었다”면서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부른 목적도 있다”고 했다. 백승호(지로나)도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들 이외에도 대표팀에는 멀티 자원이 수두룩하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부임 이후 줄곧 선수 선발의 기준으로 멀티 능력을 언급했다. 벤투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태극전사를 소집했을 때 수비수 장현수(도쿄)를 미드필더로 분류해 선발한 것과 관련해 “한 경기만 보고 미드필더로 분류한 게 아니고 많은 경기를 보면서 장현수가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뽑았을 때도 최전방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측면 날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벤투는 2019아시안컵을 대비해 지난해 연말 울산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도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주세종(아산)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려 훈련을 시켰다. 스트라이커 자원인 나상호(도쿄)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워 가능성을 시험했다. 주전 부상을 염두에 두고 기존 선수들을 통해서라도 줄기차게 대비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