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100인의 선택 ‘최고의 감독’ 임권택

입력 2019-03-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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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전문가 1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최고의 감독’으로 임권택을 꼽았다. 1962년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그는 지금껏 102편을 연출했다. “긴 시간 한국 웰메이드 영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동아닷컴DB

전문가 100명 중 26명 최고로 꼽아
서편제 취화선 등 무려 102편 연출
한국감독 최초로 칸 감독상 받기도
“한국영화의 기초와 바닥 다진 감독”

“임권택 이상, 한국영화를 대표할 인물은 없다.”

한국영화의 질적, 양적인 성장을 상징하는 단 한 명의 인물을 꼽으라면 임권택 감독(83)이다.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부터 2015년 ‘화장’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무려 102편. ‘아제 아제 바라아제’ ‘취화선’을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아티스트로도 인정받는 그는 1919 년 ‘의리적 구토’로 출발해 100년을 맞은 한국영화 역사를 구축한 결정적 인물이다. 왕성하면서도 도전적인 영화 연출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 40년간 꾸준히 ‘감독상’을 수상한 유일무이한 연출자이기도 하다.

스포츠동아가 창간 11주년 및 2019년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100명의 영화 전문가와 함께 꼽은 ‘최고의 감독’은 역시 임권택이다. 감독과 프로듀서를 포함한 제작자, 홍보마케터와 평론가 등 100명의 전문가 가운데 26명이 임권택의 이름을 꺼냈다. “오랜 시간 시대를 관통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평가받은 세계적 가치” “지금의 한국영화 기초와 바닥을 다진 감독”이란 평이 따랐다.

설문에 응한 한 영화감독은 “1980년대 이후 긴 시간 한국 웰메이드 영화를 주도했다”며 “한국영화의 질적인 수준을 일정하게 이끌어내면서 국제적인 인정과 동시에 후배들에게도 웰메이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영화감독은 “실망 시킨 적 없는, 항상 ‘대가’의 느낌”이라고 했다.

임권택은 현존 한국영화 감독 가운데 ‘거장’이란 평가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다. 102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서만이 아니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1960∼1970년대를 거친 그는 1980년대에 이르러 한국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했다. 세계에 한국영화의 가치를 비로소 알린 것도 그의 몫이다.

1986년 연출한 ‘씨받이’의 주인공 강수연은 한국 배우로 처음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2년 내놓은 ‘취화선’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감독으로는 처음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5년 아시아 감독 최초 베를린 국제영화제 명예 황금곰상의 주인공도 됐다.

임권택 감독은 1990년대 들어 시대와 인물을 더 깊이 파고들면서도 장르의 변주 역시 멈추지 않았다. 1990년에 시작한 ‘장군의 아들’ 시리즈, 서울관객 첫 100만 돌파작인 ‘서편제’가 대표적이다. 소설 ‘태백산맥’ 등 영화화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대 정신과 이데올로기를 스크린에 꾸준히 담아왔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영화에 건강한 자양분이 됐다. “그 많은 영화에서 매번 새로움을 보여준 훌륭한 예술가” “한국의 전통과 역사 뿐 아니라 시대성까지도 예민하게 포착해온 필모그래피의 다양성은 가히 압도적이다”라는 평가가 따른 이유다.

● ‘모더니즘’ 김기영, ‘리얼리즘’ 유현목

설문에 응한 영화 전문가들은 ‘최고의 감독’을 묻는 질문에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 이만희 등 한국영화의 한 시대를 일군 거목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꺼냈다. 특히 김기영, 유현목 감독에는 구체적인 선택 이유가 따랐다.

“많은 한국영화 감독들이 오마주를 바치고 싶어 하는 연출자”라는 이유로 ‘하녀’의 김기영 감독을 꼽은 이들도 여럿. ‘오발탄’ ‘잉여인간’의 유현목 감독에는 “1950∼1960년대 한국영화가 전근대성을 극복하고 영화 언어에 대한 자각을 이루는 데 기여한 작가주의 연출자”라는 설명에 붙었다.

그 존재 가치와 의미를 일일이 되짚어야 하는 영화감독들의 이름이 다수 나왔지만 임권택 감독에 이어 ‘최고의 감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는 봉준호 감독이다. 장르영화에 시대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살인의 추억’을 대표작으로, 1300만 관객(배급사 집계)을 동원한 ‘괴물’로 흥행 파워까지 증명한 그는 평단은 물론 관객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한국영화 대표 감독으로 통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100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한국영화 100년을 상징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이고, 보편적이면서도 개성적인 특징을 모두 갖춘 연출자” “앞으로의 작품들이 가장 기대되는 한국영화 감독”이라는 이유를 봉준호 감독 이름에 덧붙였다.

<설문>

1.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은?(2편씩 선정)
2.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감독은?(이하 1인씩 선정)
3.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남자배우는?
4. 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여배우는?

설문 기간 : 2018년 12월20일~2019년 2월8일
참여자 및 인원 : 감독·제작자(프로듀서 포함)·홍보마케터·평론가 등 영화 전문가 100명
(아래 명단 참조)
대상 작품 : 1919년 10월27일부터 2018년 12월20일까지 개봉 한국영화


<설문 응답자>(총 100명·가나다 순)

▲강성률(평론가) ▲강우석(감독) ▲강유정(평론가) ▲강제규(감독) ▲강지연(영화사 시선 대표) ▲강한섭(평론가·서울예대 교수) ▲곽경택(감독)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 ▲권병균(아트서비스 대표) ▲권영락(시네락픽쳐스 대표) ▲길영민(JK필름 대표) ▲김광현(영화사 하늘 대표) ▲김권식(CJ엔터테인먼트 기획개발팀장) ▲김동현(메리크리스마스 이사) ▲김두호(평론가) ▲김상오(오죤필름 대표) ▲김선엽(평론가) ▲김성수(감독) ▲김성우(다이스필름 대표) ▲김성환(어바웃필름 대표) ▲김영진(평론가·명지대 교수) ▲김용화(감독) ▲김원국(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김의석(감독) ▲김정민(필름케이 대표) ▲김재중(무비락 대표) ▲김조광수(감독) ▲김종원(영화사학자·평론가) ▲김지연(싸이런픽쳐스 대표) ▲김태영(감독) ▲김현우(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 ▲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김호선(감독) ▲나경찬(인벤트스톤 대표) ▲남동철(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민병록(평론가·동국대 명예교수) ▲박민희(프로듀서) ▲박준경(NEW BREND 사업부문 대표) ▲박철수(필름몬스터 대표) ▲배장수(평론가·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 ▲서우식(콘텐츠W 대표) ▲손세훈(진필름 대표) ▲신범수(영화사 수박 대표) ▲신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유경(영화인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안동규(두타연 대표) ▲안수현(케이퍼필름 대표) ▲안은미(폴룩스(주)바른손 대표) ▲엄용훈(삼거리픽쳐스 대표) ▲여한구(캐피탈원 대표) ▲오동진(평론가) ▲오성윤(감독) ▲오승현(영화사 두둥 대표) ▲오정완(영화사 봄 대표)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유인택(동양예술극장 대표) ▲윤성은(평론가) ▲이관수(프로듀서) ▲이동하(레드피터 대표) ▲이민호(더드림앤드픽쳐스 대표) ▲이상무(롯데엔터테인먼트 상무이사) ▲이상윤(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 ▲이안나(안나푸르나필름 대표) ▲이용관(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이유진(영화사 집 대표) ▲이은(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이장호(감독) ▲이정범(감독) ▲이정세(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사업본부장) ▲이준익(감독) ▲이창세(극동대 교수) ▲이춘연(씨네2000 대표) ▲임승용(용필름 대표) ▲장길수(감독) ▲장보경(딜라이트 대표) ▲장원석(BA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윤현(감독) ▲장진승(오스카10스튜디오 대표) ▲전찬일(평론가) ▲전혜정(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수완(평론가·동국대 교수) ▲정재형(평론가·동국대 교수) ▲정종훈(크리픽쳐스 대표) ▲정중헌(평론가) ▲조선묵(활동사진 대표) ▲조혜정(평론가·중앙대 교수) ▲주필호(주피터필름 대표) ▲차승재(동국대 교수) ▲채수진(프로듀서) ▲채윤희(올댓시네마 대표) ▲최낙권(초이스컷픽쳐스 대표) ▲최선중(로드픽쳐스 대표) ▲최용기(커리지필름 대표) ▲최용배(청어람 대표) ▲최정화(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문샷필름 대표) ▲최재원(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 ▲한재덕(사나이픽쳐스 대표) ▲허남웅(평론가) ▲황필선(영화사 아람 대표)

***응답해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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