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은 김기훈의 KBO리그 데뷔 첫 선발 무대였다. 24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구원등판하며 데뷔전을 치렀지만, 불펜과 선발의 역할은 또 다르다. 경기운영 능력은 물론 긴 이닝을 버티기 위한 완급조절도 필수다. 경험이 부족한 선발투수들이 가장 고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기훈은 달랐다. 5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 1볼넷 6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친 것과 별개로 뛰어난 완급조절 능력을 뽐냈다. 최고구속 147㎞의 직구(55개)와 슬라이더(14개), 체인지업(8개), 커브(2개)를 적절히 섞어 던졌는데, 직구 구속을 121㎞~147㎞사이에서 조절하며 던졌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버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따금씩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제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볼넷 허용은 한 개에 불과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는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슬라이더로 3개의 삼진을 솎아낸 타자는 모두 좌타자(이성열, 하주석)였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했다. 7회 4-4 동점이 되면서 승리와 연결되진 못했지만, 프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증명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배짱도 보여줬다. 4회 무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민하가 타임을 요청했는데, 이를 보지 못하고 던진 공이 김민하의 몸에 맞았다. 김기훈은 곧바로 모자를 벗고 사과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큰 흔들림은 없었다. 4회 2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찾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첫판부터 신인왕 후보로 분류된 이유를 아낌없이 보여주며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김기훈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