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낚시 예능의 열풍을 만든 ‘도시어부’의 한 장면. 진행자인 이경규(왼쪽)는 물론 배우 이태곤 등 연예계 ‘강태공’까지 참여하면서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사진제공|채널A
채널A ‘도시어부’ 빅히트 영향
타 예능도 낚시 관련 소재 부각
또 다른 낚시 예능 프로도 등장
새로운 접근 방식 고민도 필요
‘물고기 낚으면 시청률도 낚는다!’
최근 방송가에 ‘낚시 열풍’이 불고 있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화제몰이에 성공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들도 물고기를 낚기 위해 속속 바다로 떠나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2017년 9월 시작한 ‘도시어부’는 낚시와 예능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원조’다. 연기자 이덕화, 방송인 이경규와 장도연이 함께 바다낚시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환호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며 보는 재미를 높인다.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이 출연자들이 콩트처럼 주고받는 대화도 웃음을 자아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덕분에 ‘도시어부’는 방송 5회 만에 동 시간대 종합편성채널 시청률 1위를 거머쥐는 등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뒤이어 다른 예능프로그램도 낚시에 집중하고 있다. 정글 등 오지 생존기를 다루는 SBS ‘정글의 법칙’은 최근 출연진이 물고기를 낚는 장면을 부각하고 있다. 2월 북마리아나 편에서 이태곤과 지상렬의 낚시 경쟁으로 많은 분량을 꾸민 게 대표적인 예다. MBC ‘궁민남편’ ‘공복자들’, SBS ‘미추리 8-1000’ 등에도 낚시를 하는 출연자들의 에피소드가 삽입됐다. SBS에서는 5일 ‘전설의 빅 피쉬’라는 새 낚시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교양·다큐프로그램에도 ‘낚시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EBS ‘극한직업’의 심예원 CP는 “해녀나 오징어잡이 배처럼 바다 특집은 다른 회차보다 시청률 등 반응이 확실히 좋다”며 “시청자들의 대리만족 심리를 충족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두,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순간은 짧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 ‘분량 챙길 것도 없는’ 기피 소재로 취급받아온 낚시 소재의 ‘재발견’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리얼리티가 예능프로그램의 주류가 되면서 (물고기를)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배 위에 오른 출연자들의 개성 강한 캐릭터, 물고기를 낚아 올린 뒤 이어지는 ‘먹방’ 장면 등으로 풍성함을 더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낚시 예능’이 인기라고 이에 몰리는 것은 걱정스럽다”면서 “같은 소재라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