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2)의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구위다. 시속 150㎞대 초반대의 빠른 공과 낙폭이 큰 슬라이더의 조합이 일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체인지업과 커브, 스플리터까지 구사한다. 포심패스트볼(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큼은 아니지만, 완성도가 높아 상황에 관계없이 승부가 가능하다. 올 시즌 선발등판한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37(19.2이닝 3자책점), 9.5의 삼진(19개)/볼넷(2개) 비율 등 경이적인 숫자가 린드블럼의 가치를 설명한다. 지난해 평균자책점(2.88)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며 15승(4패)을 따낸 KBO리그 대표 에이스의 기세를 막을 자가 없어 보인다.
● 겨우내 투심 생각, 만족을 모른다!
기본적으로 린드블럼은 만족을 모르는 선수다. 비시즌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도 더 강해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투심패스트볼(투심)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그렇게 시작했다. 투심은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크지 않지만, 우타자의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휘는 궤적을 그린다는 점이 패스트볼과 다르다. 우타자의 배트 손잡이 부분을 공략해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구종으로 활용도가 높다. 린드블럼은 투구추적시스템을 분석한 뒤 투심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면 좋을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해졌다. 스스로 “겨우내 연습한 투심을 빨리 실전에서 던져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감이 컸다.
● 노력의 결과? 기록이 말해준다
노력의 결과를 체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KBO리그 기록을 다루는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린드블럼의 투심 구사 비율은 9.9%다. 첫 등판인 지난 3월2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6.5%였던 투심 구사 비율이 4일 잠실 KT 위즈전에선 15.6%까지 상승했다. 갈수록 구종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린드블럼은 “지금까지는 느낌이 매우 좋다. 무브먼트도 괜찮다.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섞어 던지니 확실히 효과가 느껴진다. 비시즌에 연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타자를 상대로 효율적인 승부가 가능하다.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린드블럼의 세 차례 등판을 모두 함께한 포수 박세혁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 등판인) 3월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투심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를 생각하며 리드를 하는데, 투심의 빈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굉장히 좋다”고 반색했다.
● 수싸움이 어려운 이유? 피칭메뉴를 보라
일본프로야구(NPB) 대표 에이스로 통했던 가네코 치히로(니혼햄 파이터즈)는 시속 150㎞대 초반의 빠른 공과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커브, 슈트(역회전볼),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무려 7개의 구종을 원하는 코스에 꽂아넣었다. 7개 구종 모두 본인이 꼽은 ‘확실한 레퍼토리’였다. 타자들이 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당연지사다. 린드블럼도 6개의 피칭메뉴(패스트볼, 슬라이더, 투심,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구위도 휼륭하고, 강력한 수비가 뒤를 받치고 있으니 공격적인 승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무조건 팀이 먼저”라는 팀플레이에 최적화한 자세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