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는 것’에 꽉 ‘닫힌’ KBO리그, 한국형 IL의 필요성

입력 2019-05-0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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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이 4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8회 사구를 맞은 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갈비뼈 골절에 폐 좌상 및 혈흉 부상까지 입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자칫 프리에이전트(FA) 권리가 1년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정수빈 사구는 두산 김태형 감독과 롯데 양상문 감독의 신경전으로 비화돼 큰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더불어 정수빈 사구로 ‘한국형 부상자 명단(IL)’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선수에게 몸은 재산이다. 아무리 빼어난 기술도 건강하지 않은 선수에겐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다치는 것’에 ‘꽉 닫힌’ 구조다. 현장에서 한국형 부상자명단(IL·Injured List)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유다.

선수의 부상은 모두에게 골칫거리다. 거의 모든 경우에 수술이나 재활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구단에서 제공하며, 부상으로 인한 2군행의 경우 연봉 감액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프리에이전트(FA) 일수다. 가령, 시즌 종료 후 FA를 앞둔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해 시즌을 통째로 날린다면 권리 행사는 고스란히 1년 미뤄진다. 대부분의 부상이 그라운드에서 예기치 않게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선수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랑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선명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최소단위인 10일짜리 IL은 물론 60일짜리 IL에 등재되더라도 ‘서비스 타임’을 인정한다. 후자의 경우 선수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팀은 전혀 활용할 수 없지만 선수의 권리는 존중하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NPB)의 IL은 최대 60일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복수 신청이 가능하다. 3개월짜리 부상의 경우 두 차례 IL 등재로 해결되는 셈이다.

한국의 실정은 FA가 처음 도입된 1999년에 멈춰 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일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FA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만든 결과다. 구단은 무노동 무임금을 얘기한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 업무상 상해를 입어 병가를 낸다고 호봉이 깎이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4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몸에 맞는 공으로 갈비뼈 골절에 폐 좌상 및 혈흉 부상을 당하자 김 총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구단에서 6주 부상을 얘기하는데, 이 경우 2020년 시즌 후 FA가 되어야 하는 정수빈의 권리는 1년 미뤄진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대호 선수협 신임회장은 김 총장과 함께 9일 KBO 정운찬 총재와 마주한다. 취임 후 예방 차원의 만남이지만, 선수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현안들을 고스란히 전달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IL 관련 이야기도 논의될 전망이다. KBO리그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가을 ‘FA 총액 80억 상한선’과 더불어 ‘30일짜리 IL’ 제도 신설을 제안했지만, 협상 끝에 무산됐다.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부상도 간혹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팀을 위해 뛰던 중 발생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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