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결승행 리버풀 ‘안필드의 기적’ 재구성

입력 2019-05-08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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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공이 둥근 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실낱같은 가능성이 실현될 때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른다. 사실 그 기적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5월8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구단 리버풀이 만든 ‘안필드의 기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리버풀은 이날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스리그 4강 2차전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경기에서 4-0으로 크게 이겼다. 원정 1차전에서 0-3으로 패배해 사실상 결승진출이 힘든 분위기였지만 2차전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합계 스코어 4-3으로 결승에 올랐다. 이는 리버풀이 200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 UCL 결승에서 전반 3골을 내준 뒤 후반 3-3을 만든 후 승부차기 끝에 우승한 ‘이스탄불의 기적’에 비견될 정도로 축구사에 길이 남을 짜릿한 승부였다.

리버풀은 경기를 앞두고 악조건에 시달렸다. 원정에서 크게 져 결승에 가기 위해서는 이날 4골 이상이 필요했다. 아울러 핵심 전력이 빠졌다. 모하메드 살라와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ESPN은 경기에 앞서 “바르셀로나의 결승 진출 확률이 93%”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날의 히어로는 디보크 오리기(24)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29)이었다.

리버풀은 경기시작 7분 만에 오리기가 선제골을 넣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았다. 아직 2골을 더 넣어야 했다. 게다가 상대는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였다.

리버풀은 후반 들면서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계속 두드린 끝에 상대 골문이 열렸다. 이번엔 후반 교체 투입된 바이날둠이 앞장섰다. 그는 후반 9분과 11분, 각각 오른발과 머리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단숨에 3-0이 됐고, 1차전에서 당한 0-3의 패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대로 끝나면 연장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흐름은 이미 리버풀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이날 압권은 후반 34분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알렉산더-아놀드의 센스가 돋보였다. 그는 코너킥을 동료에게 양보하려는 듯 걸어 나오다 다시 돌아가 갑자기 문전으로 크로스 했고, 정비되지 않은 바르셀로나 수비진 사이에서 오리기가 가볍게 밀어 넣어 기적의 결승골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 MOM(최우수선수) 바이날둠은 “감독이 날 벤치에 앉혔던 것은 정말 화가 났다”면서도 “그러나 투입된 후에는 팀을 도우려 노력했고, 2골을 넣어 기뻤다”고 했다. 오리기는 “부상당한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은 “축구에서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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