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켑카는 메이저대회에 유독 강할까

입력 2019-05-2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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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켑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1년 동안 딱 5번 나온 기록을 세웠다. 제101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약 131억 원)에서 ‘슈퍼맨’ 브룩스 켑카(29·미국)가 36년 만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3라운드까지 무려 7타 차이로 앞서서 우승을 못하는 일이 더 화제가 될 상황이었다.

물론 슈퍼맨도 인간이었다. 켑카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 베스페이지 주립공원 블랙코스(파70·7459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후반에만 4타를 까먹는 고전 끝에 2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최근 2년 사이 US오픈 2연패, PGA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했다. 사상 첫 기록이고 한창 때의 타이거 우즈(44·미국)와 비교될만한 빠른 메이저대회 우승 사냥 행보다.

왜 켑카는 메이저대회에 유난히 강할까. 요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 그의 뛰어난 피지컬 능력이다. 신장 183㎝·체중 92㎏로 체격조건이 좋다. 셔츠가 찢어질 정도로 상체는 탄탄하고 하체도 빵빵하다. 동반자들과 비교하면 근육질 몸매는 훨씬 두드러진다. 켑카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이런 몸을 쉬지 않고 단련한다. 사실 예전의 골프는 기술의 경기, 즉 게임이었다. 그래서 스포츠에 필요한 피지컬 능력보다는 기술 같은 정교함과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꾼 주인공이 타이거 우즈다. 골프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덕분에 경쟁자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0~30m를 더 날아가는 쉬운 골프를 했다. 이제는 대부분 선수들이 우즈의 성공사례를 따라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단련한다. 스포츠과학이 발달할수록 피지컬의 중요성은 커진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요즘 골프는 갈수록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의 묘기를 요구한다. 켑카는 이런 롱볼 골프의 흐름에 최적화된 선수다. 그의 등장은 메이저리그에 선풍을 일으켰던 호세 칸세코, 마크 맥과이어를 생각나게 한다. 엄청나게 근육을 키운 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비거리의 홈런을 때리며 관중들을 끌어 모았다. 큰 근육질의 선수는 느려서 야구를 못한다는 선입견을 깨트린 이들의 성공 이후 야구의 양상이 달라졌다. 켑카는 마치 회초리 휘두르듯 클럽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가진 힘의 85%만 스윙에 사용한다”고 했다. 당연히 정확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켑카는 그린적중률 73.6%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드라이브샷 평균은 310야드였다.

메이저대회는 각자의 특성이 있다. US오픈은 좁은 페어웨이와 질긴 러프, 마스터스는 유리알 그린, 디 오픈은 바람과 비 등 자연과의 싸움이다. PGA 챔피언십은 엄청난 전장과 많은 벙커, 러프가 특징이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린 베스페이지 블랙코스는 다른 대회보다 코스가 어렵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이렇게 조건이 어려워야 변별력이 생긴다. 코스가 쉬우면 골프실력의 차이를 알 수 없지만 어려운 코스일수록 잘 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다.

켑카는 어려운 코스에서 그린 위로 공을 올리는 능력이 다른 선수보다 앞섰다. 마스터스라면 그린 위의 퍼트에서 승패가 갈릴 확률이 생기지만 PGA 챔피언십과 US오픈은 달랐다. 켑카가 우승을 일찌감치 예약한 시점은 1라운드였다. 7언더파 63타를 쳤다. 출전선수들이 평균 73.064타를 치는데 혼자서 10타를 덜 치며 빼어난 경쟁력을 입증했다. 가장 어렵다는 4라운드의 평균타수는 73.439타였다. 켑카도 우승 부담감으로 74타를 쳤지만 경쟁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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