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제74회 US여자오픈 우승의 결정적 장면들

입력 2019-06-03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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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찰스턴골프클럽에서 펼쳐진 제74회 US여자오픈 4라운드.

3라운드까지 공동 1위 셀린 부티에(프랑스), 류위(중국)에게 2타 뒤진 단독 6위에 머물렀던 이정은(23·대방건설)은 1번 홀 보기, 2번 홀 버디를 기록했다. 이후 계속 파 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그에게 행운이 손짓한 것은 파4 10번 홀이었다. 세컨샷은 그린을 튀어서 오른쪽 러프지역에 떨어졌다. 위로 솟은 그린을 보며 15m 이상 거리의 어려운 칩샷을 남겨뒀다. 5언더파 공동 2위로 올라섰지만 여기서 타수를 잃는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정은의 칩샷은 정확했다. 깃대를 맞고 공이 멈췄다. 칩인 버디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마음의 안정을 준 버디 이상의 파 세이브였다. 행운은 겹으로 왔다. 이어진 파3 11번 홀. 이번 대회의 상징이었던 11번 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심한 경사가, 그린 양 옆으로는 벙커가 있어 정확한 티샷이 필수였다. 3라운드까지 146명이 벙커에 공을 빠트렸던 홀에서 이정은은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왼쪽 프린지로 떨어지면서 스핀을 먹고 홀 근처 1.8m 지점에 멈췄다. 만일 왼쪽으로 1, 2야드만 갔더라도 벙커로 빠질 뻔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이미 이정은을 선택한 듯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정은은 포테이토 칩 같은 그린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6언더파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이어진 12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낸 뒤 93야드를 남겨놓고 친 아이언 샷이 핀 1.2m 근처에 멈췄다. 거리조절 능력이 기막혔다. 2연속 버디로 7언더파 단독선두. 추격하던 다음 조의 제인 마리 그린(25·미국)이 보기를 하는 덕분에 2타차의 여유마저 생겼다. 전날 인터뷰 때 “파5 홀에서 점수를 줄이고 스리퍼트로 점수를 잃지 않도록 숏게임에 더 신경 써야한다”고 했던 이정은은 계획대로 535야드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8언더파로 질주했다. 3온 1퍼트로 홀을 마쳤다.

경쟁자들이 5언더파에서 허덕이고 버디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승은 이때 확정된 것이니 다름없었다. 지키는 힘이 필요한 16~18번 홀에서 이정은은 2타를 잃었지만 경쟁자들도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연습 그린에서 코스상황을 바라보며 연장전에 대비하던 이정은은 마지막 챔피언조 부티에의 세 번째 벙커 샷이 그린 밖으로 흘러나가는 순간 우승을 확정했다. 부티에가 18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면 연장전을 치러야할 상황이었지만, 부티에는 더블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정은은 우승이 확정되자 캐디 통역 등과 얼싸안고 기뻐했고 동료들은 축하의 샴페인을 뿌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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