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이 되고픈 한화 백업포수 김종민

입력 2019-06-03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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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종민. 스포츠동아DB

한화 포수 김종민(33)은 대전 출신이지만 지난해까지는 타향을 전전했다. 단국대를 졸업한 2009년 히어로즈에 정식선수가 아닌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와 KT 위즈, NC 다이노스를 차례로 거쳤다. 방출의 설움만 2차례 맛봤다. 히어로즈에서 1년 만에 퇴단한 데 이어 2017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 둥지를 튼 NC에서도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백업포수가 충분치 않은 한화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전신흥초~충남중~대전고 출신의 김종민은 그렇게 고향팀에서 2019시즌을 맞았다. 2군에서 시작비한 그는 5월 1일부터 일주일간 짧게 1군 무대를 밟았다. 이어 5월 23일 1군으로부터 2번째 호출을 받았다. 붙박이 안방마님 최재훈의 뒤를 받치는 첫 번째 옵션인 지성준에게 탈(이하선염)이 나 보름여 만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5월 31일 인천 SK 와이번스에서 김종민은 0-2로 뒤진 6회초 박종훈을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빼앗았다. 2015년 KT 소속으로 1군에 데뷔한 이후 134경기, 283타석 만에 얻은 프로 첫 홈런이었다. 대타로 나선 이튿날 SK전에서도 1안타를 추가했다.

첫 홈런의 순간 무슨 생각이 스쳤을까. 김종민은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는 말을 늘 마음에 품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야구를 그만두기 전에 소원 하나를 한화에서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고향의 품을 떠올리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곳이 아닌 이곳이어서 행복했을 심정이 전해졌다.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그 공을 살뜰히 챙겨준 이도 있었다. 고교 2년 선배이기도 한 이제명 한화 1군 매니저가 경기 후 김종민에게 홈런볼을 건네줬다. 덕아웃의 모든 이들도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서산(2군)에서 성실성과 인성으로 치면 김종민이 늘 김인환과 함께 첫손에 꼽힌다”고 귀띔했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그를 모두가 가까이 두고 싶어 한다는 얘기였다. “팀 사정상 1군과 2군을 오가겠지만 어디에서든 노력하는 자세를 잊지 않겠다”는 김종민이 1군에서 든든한 선배이자 후배로 오래 머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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