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특급 루키’ 정우영이 말하는 #프로생활 #혹사 #신인왕

입력 2019-06-04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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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입단과 동시에 필승조의 기둥이 된 LG 트윈스 ‘특급 루키’ 정우영(20)은 벌써 28경기 35.1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1.78로 2승 6홀드 1세이브를 챙겼다. 3일까지 팀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 1위(3.08)를 이끄는 일등공신이다. 승리로 향하는 길목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정우영을 모르는 야구인은 없다.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는 새내기가 유독 반가운 LG다. 1997년 이병규 타격 코치를 끝으로 신인왕 계보가 끊긴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정우영이 영예로운 첫 개인 타이틀을 정조준 하고 있다. “나를 향한 팬들의 환호성이 나날이 커진다. 참 뿌듯하다”며 웃는 정우영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 호락호락하지 않은 프로생활

-벌써 시즌의 3분의 1이 훌쩍 지났다. 프로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나?

“처음엔 어색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등교를 했는데(웃음).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하게 됐다. 출근을 한다는 것이 좋다. 친구들은 내가 프로팀에 들어와서 의외로(?) 잘 던지고 있으니 ‘KBO가 쉽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말해준다. ‘프로무대는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나?

“아마추어 때는 빠르게만 던져도 타자들이 공을 못 쳤다. 하지만 프로에선 타자들이 직구, 변화구에 모두 대처하고, 주자들도 금세 투수들의 버릇을 읽어 타이밍을 빼앗는다. 최근엔 살아나간 주자들이 계속 뛰더라. 퀵 모션을 더욱 빨리 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프로에 와서 느낀 게 많다. 최일언 투수 코치님께선 ‘프로에선 아무리 150㎞를 던져도 인코스로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최 코치와 참 친근한 사이 같다. 위기 때 마운드에 오른 최 코치와 대화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도 자주 봤다.

“코치님께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신다. 마운드에 올라와 ‘어차피 상대 타자는 네 공을 못 친다. 3점차다. 그냥 던져라. 빨리 끝내자’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신다. 겉으로는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먼저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장난도 많이 치신다. 항상 팔 상태가 어떤지도 물어봐주신다. 그렇다보니 우리도 편하게 다가가고, 코치님을 무조건 따르고 있다.”


● 혹사요? 걱정 마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연투를 한다. 컨디션 조절은 잘하고 있나?

“매일 물리치료도 받고, 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준다. 팬들에게선 ‘혹사’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신인 첫 해 치고는 소화 이닝 수가 많다. 하지만 경기에 자주 나가서 몸이 안 좋아지게 된다면 그건 스스로 관리를 하지 못한 선수 탓이라고 생각한다. 연투를 하고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경기에 나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 괜찮다.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필승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코어 및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쉬는 날도 있지만, 이 훈련을 하는 날과 안하는 날의 차이가 크다. 경기 전 코어와 기초 체력 훈련을 해두면 마운드에 올랐을 때 확실히 밸런스가 잡혀있다. 이제는 일종의 루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날로 쌓여가는 경험치 덕분인지 마운드에서 상당히 여유로워 보인다.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한다. ‘신인은 당연히 긴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도 사람이라 긴장은 되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 긴장을 해야 집중도 잘된다. 이제 상대 팀들과도 여러 번 만났으니 ‘이 팀이랑 경기를 하면 점수차가 어떻게 되겠다’는 감이 어느 정도 온다. 선발 투수로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가 나가면 ‘오늘은 좀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 정말로 이뤄질 것 같은 신인왕

-팀 대내외적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타 팀 선배에게 사인 요청을 받는 모습도 봤다.

“가끔 있다. 경기장에서 마주치는 상대팀 선배님들로부터 ‘공이 좋다’, ‘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이제는 다들 날 알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내가 등판하면 ‘쟤 누구지?’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 정우영이 올라오는 구나’라고들 하니까.”


-마운드 위에서 ‘놀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 것 같다. 프로에 와서 많이 달라졌다. 서울고 1·2학년 땐 부상으로 야구를 관두려고도 했고, ‘10라운드에라도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LG에 지명(2차 2라운드 15순위)을 받고 나서부터 생긴 자신감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것 같다. 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 따라갔고, 개막 때부터 1군에서 쭉 있었으니 욕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서울고 재학 내내 신경을 많이 써주신 유정민 감독님도 ‘고맙다.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신인왕 유력 후보다.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원동력이 된다.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하지 않나. ‘너는 안 된다’고 하면 사람은 의기소침해진다. 그런데 ‘너는 신인왕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색은 안하지만,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 기사를 통해 ‘이번 LG 신인은 다르다’는 평가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더욱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

-평소 인터넷에 본인 이름을 자주 검색해보나?

“(고)우석이 형이랑 나랑 매일 검색해본다. 오늘은 우리에 관해 어떤 이야기가 올라왔나 궁금해서. 등판한 날이면 해당 영상도 꼭 챙겨본다. 유명인 중에 동명이인이 많은데, 이제는 내가 메인에 있더라. 사람들도 검색을 많이 하나보다(웃음).”

-팀도 공동 3위로 함께 웃고 있다. 참 즐거운 데뷔 시즌이다.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 벌써 전반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약 한 달 후면 올스타전이고, 곧 후반기에 접어든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나를 향한 팬들의 환호성도 나날이 커진다. 참 뿌듯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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