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왼쪽)이 부진을 이유로 이별을 고한 브록 다익손(가운데)이 10일 롯데 자이언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양상문 감독의 품에 안겼다. 롯데에서 두 번째 기회를 잡은 다익손의 경기력에 따라 두 감독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 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10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 롯데 자이언츠가 SK 와이번스에서 웨이버로 공시된 브록 다익손 영입을 결정했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프런트는 매우 보수적이고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헨리 소사와 계약 직전 뒤늦게 뛰어든 SK에 패했기 때문에 과연 다익손을 선택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 롯데와는 굉장히 다른 모습입니다만.
-강산(이하 강) : 불확실성이 큰 새 선수 대신 어느 정도 리그에 적응한 투수를 잡으면서 위험요소를 줄였죠.
-이 : 외국인선수 신규계약 시 연봉제한 규정으로 인해 교체 풀이 적은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소사 영입경쟁에서 패배한 뒤 구단 내부에서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익래(이하 최) : 롯데 입장에서는 어이없게, 황당하게 소사를 놓친 뒤 프런트의 조직개편이 있었습니다.
● 롯데, 소사 놓치고 시즌 중 프런트 조직개편 칼날
-이 : 시즌 중에 프런트 조직개편?
-정재우(이하 정) : 역시 문책성으로 봐야 할까요?
-최 : TF팀을 신설했고, 기존 스카우트팀장이 운영팀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구단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라고 하네요. 모기업 컨트롤타워에서 강력한 질책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이 : 부상회복이 더딘 제이크 톰슨과 과감히 결별하고 실리를 좇아 다익손과 손잡은 배경에는 새 실무진의 과감한 선택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다익손의 기록은 나쁘지 않았어요. 평균자책점이 리그 13위였는데, SK는 ‘압도적인 투수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바꿨고요. 이제 소사가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최 : 한 가지 의문점은 톰슨 카드를 빨리 포기한 배경입니다.
-이 : 부상 정도는 어떤가요? 이제 브룩스 레일리와 작별할 때라는 여론도 있습니다만.
-최 : 이두근 염좌 부상인데, 지금 불펜피칭 단계입니다. 오래 걸리는 상황은 아닙니다. 톰슨은 눈에 보이는 기록은 좋지 않지만 공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은 투수입니다. 다만 이를 받는 포수진의 역량이 리그 최하위권이죠. 지금 롯데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 투수였습니다.
-이 : 포수 트레이드가 어려운 상황에서 좀더 팀에 맞는 다익손을 선택했다고 해석됩니다.
-정 : 레일리가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롯데 선발진 중에선 가장 안정적이란 측면에서 현재로선 교체가 쉽지 않겠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금은 레일리가 롯데 선발진의 기둥이니까요. 시즌 도중 기둥을 뽑아낼 순 없겠죠?
-장은상(이하 장) :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도 ‘왜 레일리를 내보냈냐?’, ‘왜 톰슨을 내보냈냐?’라는 비난을 들었을 때 후자가 더 강도가 낮을 것 같은 건 사실이네요.
-강 : 여러 측면에서 다익손 영입은 위험요소를 최소화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부상으로 몇 경기는 로테이션을 걸러야 하니 톰슨을 바꾸는 게 맞긴 했습니다. 당장 롯데는 외국인투수의 공백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정 : 롯데가 현실적 선택을 했다고 봐야죠. 시즌 후에는 전반적으로 팀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 : 사실 다익손은 단장 출신인 염경엽 SK 감독이 대외적으로 ‘외국인선수도 키워서 쓰겠다’는 큰 그림을 밝히며 선택한 주인공이었습니다. SK와는 빨리 결별했고 이제 롯데에서 성장 기회를 잡은 셈이네요.
SK 소사(왼쪽)-롯데 다익손.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시즌 내내 이어질 소사와 다익손의 비교
-이 : 롯데가 이런 선택을 하면서 올 시즌 내내 소사와 다익손은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최 : 9일 소사의 첫 등판은 롯데의 승리네요. 롯데와 SK는 7월 2~4일 인천에서 만납니다. 다익손 합류 후 롯데 선발로테이션이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집니다.
-장 : 다익손도 소사처럼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출격하지 않을까요? 적응은 필요 없을 테니까요.
-서다영(이하 서) : 소사는 빠른 포심패스트볼뿐 아니라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모두 삼성 라이온즈 타선에 공략을 당했습니다.
-장 : 소사의 복귀전만 놓고 보면 일단 SK의 외인 교체는 첫 단추가 꼬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 이제 복귀 첫 경기를 치른 시점입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상이 어렵습니다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다른 팀 투수들은 ‘홈런드림’구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소사가 그동안 인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SK는 달라진 공인구를 주목하며 영입을 결정했습니다. 복귀 첫 등판에선 홈런 3방을 맞았네요.
-강 : 복귀전이라 긴장을 했었을 수도 있죠. 타자 시각에서 딱 치기 좋은 높은 코스로 공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장 : 사실 소사가 삼성을 상대로 약했어요. 예상보다 많은 주목을 받아서 부담감도 있었을 테고, 이중삼중으로 고생을 했을 것 같아요.
-서 : KBO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아무래도 시즌 중에 리그가 바뀌었으니 리듬을 지키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최 : 삼성 김한수 감독이 뼈 있는 농담을 했어요. ‘소사가 그렇게 대단한 투수였나요?’
-강 : 현장에서 김 감독의 첫마디가 그거였습니다. 삼성 타자들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잘 참더군요.
-장 : 김 감독이 타격코치를 할 때 삼성 타자들이 소사의 공을 잘 쳤죠.
-이 : 투구습관이 노출됐을 수도 있겠어요. 2012년 소사가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KIA 타이거즈 투수코치였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노출된 투구습관 교정에 굉장히 공을 들였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최 : 소사는 지난해 두산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감독을 만나면 ‘와우 마이 파더!’라며 안기곤 했죠. 이 감독은 ‘내가 왜 아빠야?’라고 받아치고.
-이 : 소사는 사실 수원KT위즈파크에서도 굉장히 약했어요. 지난해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이 ‘본인이 수원 등판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로테이션을 조정하기도 했죠.
-최 : 소사가 이닝소화능력 등 굉장히 좋은 투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마치 20승 투수를 모셔온 것 같은 느낌이었죠.
-강 : 맞아요. 슈퍼 에이스가 복귀하는 느낌?
-서 : 꾸준히 10승 이상, 17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KBO리그도 잘 알고 있으니 좀더 지켜봐야겠죠. 다만 소사는 그동안 여름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하필 여름에 돌아왔네요.
-정 : SK도 대만 성적보다는 KBO리그에서의 최근 성적에 주목했을 텐데, 일단 복귀전은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이 : 소사 영입은 우승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만약 그동안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어준 다익손보다 못하면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정 : 데이터만 놓고 보면 소사는 한화와 NC에 유독 강했어요. 염 감독이 등판 일정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네요.
-이 : 두산에도 약하죠. 또 수원에서는 최악이니 머리가 좀 아프겠어요.
-장 : 하필 올해부터 수원에는 소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감독이 있네요.
-이 : 다익손은 롯데에서 어떨까요?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투수인데. 인천보다는 사직에서 더 강점이 있어 보입니다.
-강 : 다익손의 등판일지를 보니 심각하게 난타당하면서 무너졌던 경기는 한 경기뿐이네요. 최악의 피칭이 3.1이닝 5실점(4자책점)이었습니다.
-최 : 사실 지난 일주일간 포장된 소사를 보면 수원이든 두산이든 무적의 투수일 것 같은데…. 다익손은 독보적인 뜬공 투수입니다. 땅볼/뜬공 비율이 0.52입니다. 새 공인구, 롯데 내야 전력을 고려하면 사직에 잘 어울리는 투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 : 타점 높고 공 끝에 힘이 있죠. 그리고 롯데 타선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SK에서 한만큼만 해도 평타는 칠 것 같습니다.
-이 : 다익손이 SK를 향해 엄청난 반전을 그릴 수도 있겠네요.
-정 : 다익손의 대반전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롯데는….
-이 : 롯데는 사실상 순위싸움에서 멀어져 보이지만, 다익손의 사례는 프런트 운용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구단이었는데요.
-정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죠.
-최 : 좀 더 빨리 영리하게 움직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죠. 그러나 롯데가 빨리 자존심은 접고 실리를 택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장 : 롯데에 대한 평가는 다익손의 어깨에 달려있네요. 다익손이 정말 전력을 다해야겠어요.
-최 : 소사와 다익손의 선발 맞대결이 기대됩니다.
-이 : 이뤄진다면 흥미진진! 다익손을 개인적으로 응원하겠다고 한 염 감독 앞에서 투구하는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
-서 : 염 감독이 이제는 다익손에 대해 말을 아끼더군요.
-강 : “다익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소사에 관한 얘기만 하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정 : 괜한 얘기를 했다가 역풍을 불러왔으니까요.
-이 : 소사에 대한 이야기도 잘 안 하게 되는 일이 이어지면 안 될 텐데요….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