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조현우처럼…U-20 월드컵을 달구는 ‘슈퍼 골리’ 이광연

입력 2019-06-1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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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골키퍼 이광연(가운데 연두색 유니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한번 들끓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격침시키며 결승에 당도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반 39분 프리킥 찬스에서 이강인(발렌시아CF)의 날카로운 패스에 이은 최준(연세대)의 결승골도 출중했지만 그 뒤에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동료들이 있었다. 모두의 헌신이 뒷받침됐기에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슈퍼 골리’ 이광연(강원FC)의 퍼포먼스가 빛을 발했다. 남미 챔피언 에콰도르의 공세는 매서웠다. 특히 지친 선수들의 상태를 감안해 한국 벤치가 뒷문 단속에 무게를 실은 후반 막판 20여 분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믿을 구석이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눈부신 이광연의 선방 쇼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 스웨덴~멕시코~독일의 화력을 온몸으로 받아낸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대구FC)를 떠올리게 했다.

후반 25분 디에고 팔라시오스의 결정적인 슛을 방어한 이광연은 경기 종료 직전에도 레오나르도 캄파나의 헤더를 몸을 던져 차단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장면. 천부적인 재능도 있지만 볼을 보면 반사적으로 몸이 튀어 나가도록 반복 훈련 하고 수없이 그라운드를 구른 결과다. 신장 184㎝로 골키퍼로서는 이상적인 신체조건이 아니지만 그간 흘린 땀방울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광연은 세네갈과 대회 8강전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연장전까지 세 골씩 주고받으며 맞이한 11m 러시안 룰렛에서 그는 상대 4번째 키커로 나선 디아 은디아예의 슛을 선방했다. 세네갈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극심한 부담에 짓눌린 5번째 주자 카뱅 디아뉴의 킥마저 허공을 갈라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었다.

생애 첫 U-20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이광연은 마음속에 두 가지 목표를 품었다. “방어율을 0점대로 찍을 수 있다면 우린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다.” 실제로 말처럼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대회 6경기를 치른 동안 8득점·5실점을 기록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목전에 뒀다. 이광연과 함께하는 U-20 대표팀의 원대한 꿈★이 이뤄지기까지 한 걸음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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