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성곤.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좌투수 정성곤(23)은 입단 첫해인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3년간 하나의 보직에 정착하지 못했다. 이 기간 등판한 74경기(44선발)에서 거둔 성적은 5승25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2018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때 착실히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한 덕분에 구위를 되찾을 수 있었고, 지난해 24경기에 모두 구원등판해 1승5홀드, 평균자책점 2.96(24.1이닝 8자책점)라는 성적을 거뒀다. 표본은 크지 않았지만 필승계투조의 일원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수확이었다. 올 시즌에는 기존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5월부터 마무리를 맡아 뒷문을 지키고 있다. 29경기에서 2승3패8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4.83으로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지만 위기에서 믿고 내보낼 수 있다는 믿음은 확실히 심어줬다.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정성곤과 마주앉았다.
- 야구가 잘되니 마운드에 오르는 하루하루가 즐겁겠다.
“1~2년차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웃음) 2018시즌 막판부터 접전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면서 느낌이 달라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한다.”
- 마무리투수를 맡은 게 처음이다. 처음 보직을 전달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
“마무리투수를 처음 하다 보니 낯설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처음에 몇 경기 좋지 않았던 것도 그런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을 떨쳐내고 편안하게 던지려다 보니 괜찮아졌다.”
- 본인이 생각하는 마무리투수의 덕목은.
“이기고 있을 때 나가서 승리를 지키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한다. 마운드 위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서 투구하다 보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간 데 따른 부담은 없는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보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팀을 이기게 하는 게 내 임무다. 팀이 졌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팀이 이겨야 더 좋은 것 아니겠나. 그런 책임감이 더 커졌을 뿐이다.”
- 과거와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멘탈(정신력)이 아닐까. 멘탈은 아무리 강해도 한 번쯤 부서질 때가 있는데, 좋지 않았던 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지나간 일을 빨리 지우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그럴 겨를이 없다. 바로 다음 경기를 생각한다.”
- 입단 첫해부터 함께한 동료 포수들(장성우, 이해창)도 본인의 변화를 잘 알고 있을 듯하다.
“포심패스트볼(포심)은 항상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과거에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내가 형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 게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형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춰갈 수 있다는 느낌이다.”
- 매년 포심 평균구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실 구속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다양한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포심과 체인지업 위주다. 어떤 구종이든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는 게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이다. 1~2년차 때는 정말 생각이 없었다. 그저 세게 던지려고만 했다. 선발로 뛸 때 던졌던 스플리터는 지금 던지지 않는다. 확실한 구종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 올 시즌 등판했던 경기 가운데 터닝포인트가 있었다면.
“올 시즌 첫 홀드(3월2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를 기록한 뒤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마무리로 나가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냈을 때(5월8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느낌이 남달랐다. 첫 세이브까지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그에 앞서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저질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9회, 마지막에 팀 승리를 지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뻤다.”
- 선발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나.
“우리 선발투수들 모두 잘 던지고 있다. 지금 내 보직에 만족하고 있다. 그만큼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 눈앞의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꾸준히 치르는 게 우선이다. 팀이 잘하면 개인성적은 따라올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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