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정정용의 매직 전술, 이강인의 환상 패스, 우승 트로피…“상상만 해도 즐겁다”

입력 2019-06-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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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최근 한국축구는 르네상스다. 손흥민(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출전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남자대표팀은 A매치 연속 매진 등 국민적인 성원 속에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프랑스월드컵에 출전 중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기대 이상의 팬 사랑으로 관중 증가세가 가파르다.

기분 좋은 소식의 정점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선전이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상상을 초월한 승승장구다.

당초 한국은 조별예선 통과도 장담하지 못했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과 한조가 되면서 조 3위로 와일드카드를 노렸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2승1패 조 2위로 당당하게 16강에 올랐다. 일본과 세네갈을 차례로 물리친 데 이어 준결승에서 에콰도르마저 꺾었다. 1983년 이후 36년 만에 성공한 4강 진출을 넘어 이제 꿈속에서만 그리던 결승까지 갔다. FIFA가 주관하는 남자축구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오른 결승이다.

이제 딱 한 경기 남았다.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에서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치른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지만 이왕 올라온 결승이라면 반드시 이겨야한다. 다행스러운 건 태극전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점이다.

아마 팬들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결과도, 과정도 멋진 승부를 그려본다.

우선 정정용 감독의 매직을 보고 싶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매 경기 상대에 맞춘 전술을 꺼내들며 휘파람을 불었다. ‘선 수비, 후 역습’의 전략 속에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술을 펼친 게 인상적이었다. 마지막까지 단단히 문을 잠그며 기회를 엿본 일본전이나 믿음의 용병술로 승리를 따낸 세네갈전, 그리고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선발을 바꾸고 이강인을 과감하게 교체한 에콰도르전은 전술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을 원 팀으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승전 전술은 어떤 그림일까. 어떤 선수를 스타팅으로 넣고, 어떤 타이밍에 교체할까. 이번에도 수비적일까, 아니면 허를 찌르는 공격 전술일까. 말 그대로 개봉박두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을 빼고 U-20 대표팀을 논할 순 없다. 이번 대회 1골·4도움으로 골든볼(최우수선수)의 유력한 후보다. 볼 키핑, 패스, 슛, 시야 등 18세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강인의 환상적인 킬 패스는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그런 에이스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는 이강인의 킬 패스를 누가 받아 상대 골망을 흔들지 궁금하다. 그동안 오세훈(아르헨티나전)과 이지솔, 조영욱(이상 세네갈전) 최준(에콰도르전)이 도움을 받았다. 과연 결승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도 그려진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 정상에 오른 건 2010년 U-17여자월드컵이 유일하다. 이번에 우승한다면 사상 두 번째이자 남자축구 최초다. 아울러 아시아권 최초의 U-20월드컵 우승이다. 그동안 카타르(1981년)와 일본(1999년)이 결승에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엔 우리 차례다. 우크라이나를 꺾는다면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동시에 당분간 깨기 힘든 한국축구사를 새로 쓰게 된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 “불가능은 없다”고 외쳤다. 결승전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 연속된 반란은 곧 우리의 실력이 됐다. 우승 자격은 충분하다. 이강인이 ‘우승’을 약속했듯, 이번에도 원 팀의 조직력과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감독의 마법 전술로 정상에 도전하자. 그 위대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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