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체력’ 켑카 누른 ‘강심장’ 우드랜드

입력 2019-06-17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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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우드랜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생애 첫 ‘메이저 킹’ 등극은 예상대로 녹록치 않았다. 강철 체력으로 무장한 추격자는 턱밑까지 쫓아왔고, 114년만의 대기록을 바라는 갤러리들 역시 자신의 편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심장’ 개리 우드랜드(35·미국)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으며 생애 첫 메이저 왕관을 품었다.

우드랜드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링크스 코스(파71·7075야드)에서 열린 제119회 US오픈(총상금 1250만 달러·약 148억 원)에서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승이자 프로 데뷔 12년만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감격을 누렸다.

우드랜드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대회는 사실 최종라운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114년만의 3연패라는 대기록이 최대 관심사였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29·미국)가 1903~1905년 고(故) 윌리 앤더슨(스코틀랜드)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성한 US오픈 3연패를 깰 수 있느냐로 초점이 쏠렸다.

실제로 이날 최종 라운드는 3라운드 단독선두 우드랜드와 도전자 켑카의 맞대결 양상으로 펼쳐졌다. 기존 2위 저스틴 로즈(39·잉글랜드)가 후반 12, 13번 홀에 이어 15번 홀에서도 보기로 부진하면서 우승은 둘의 승부로 좁혀졌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켑카였다. 전 세계 언론은 물론 현장 갤러리들의 기대를 받은 켑카는 유독 메이저대회에 강한 특기를 앞세워 차근차근 우승과 가까워졌다. 선두 우드랜드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해 5번 홀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며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8번 홀(파4) 보기로 기세가 한풀 꺾이며 어렵게 후반 경기를 풀어나갔다.

우드랜드 역시 쉽사리 앞서나가지 못했다. 2번 홀과 3번 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았지만, 전반 마지막 9번 홀에서 1타를 잃으면서 살얼음 같은 리드를 힘겹게 지켰다.

후반 1타 차로 앞서던 우드랜드가 쐐기를 박은 홀은 파5 14번 홀이었다. 앞조 켑카가 파를 기록했던 홀에서 세컨샷을 핀 옆 프린지로 붙인 뒤 버디를 낚아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이어 파3 17번 홀에서 이날의 명장면을 연출하며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티샷 미스로 공이 컵에서 20m 떨어진 지점으로 향했지만, 기가 막힌 웨지샷으로 실수를 만회해 파를 지켰다. 35살 베테랑의 강심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우승을 확신한 우드랜드는 마지막 파5 18번 홀에서 장거리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제패를 자축했다. 우승 직후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한 우드랜드는 “이제 숏게임과 그린 플레이가 나의 최대 무기”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 우승 소감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골프와 농구를 병행했던 우드랜드는 워시번대학교를 농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뒤 2학년 때 캔자스대학교 골프부로 이적했다. 이어 2007년 프로로 전향한 후 2011년부터 PGA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운동 시작이 늦어 숏게임 플레이가 단점으로 꼽혔지만, 이를 보완해 이번 대회 최대 무기로 활용했다. 단점을 극복한 대기만성 베테랑에게 주어진 우승상금은 26억7000만 원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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