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이슈] 손흥민-이강인의 환상 조합, 이상과 현실 사이

입력 2019-06-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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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왼쪽)-이강인. 사진|스포츠동아DB·대한축구협회

요즘 축구팬들을 사로잡는 건 손흥민(27·토트넘)과 이강인(18·발렌시아)의 조합이다. 이들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사실 3월 평가전(볼리비아, 콜롬비아)을 앞두고 소집된 대표팀에서 이들 조합에 대한 얘기는 흘러 나왔다. 이강인이 역대 7번째로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자 팬들은 설렜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벤투는 “(이강인은) 기술적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지만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선수”라며 기용하진 않았다. 손흥민은 “묵묵히 응원해준다면 알아서 큰 선수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강인을 토닥였다.

3개월 사이 많은 게 변했다. 이강인의 위상이 확 달라졌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세계무대를 휘저었다. ‘막내 형’은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로 우뚝 섰다.

이제 다시 손흥민-이강인 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손흥민은 이미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다. 그가 없는 벤투호는 상상하기 힘들다. 벤투도 그를 절대적으로 믿는다. 9월부터 시작될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부터 손흥민을 중심으로 대표팀은 꾸려진다.

관심은 이강인의 합류와 출전여부다. 중원의 이강인과 최전방의 손흥민의 조합은 9월엔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올해 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군 등록 이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소속팀 주전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벤투의 부름을 받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거취도 결정해야 한다.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게 급선무다. 네덜란드나 스페인 클럽에서 러브 콜을 보낸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팀을 옮긴다면 벤투는 이강인의 적응을 돕기 위해서라도 차출하지 않을 수 있다.

대표팀에 선발된다하더라도 경기에 출전한다는 보장은 없다. U-20월드컵과 성인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대표팀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다. 특히 이강인의 경우 볼의 흐름을 살리는 경기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래 선수들에게는 개인기가 통할지 몰라도 최강의 선수들이 모인 A대표팀에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부족해 보이는 스피드와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및 근력 보완도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조금 더 여물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론 이강인의 번뜩이는 창의성과 무한한 잠재력은 이런 장애물을 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어떻게, 또 얼마나 성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아무튼 이강인의 택배 크로스와 손흥민의 골 결정력,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 그림을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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