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원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이원석(33)과 프리에이전트(FA)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08시즌이 끝나고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이원석은 FA 홍성흔의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자존심이 상할 법했지만, 이원석은 두산 이적 후 기량을 제대로 꽃피웠다. 이적 첫해인 2009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두산 소속으로 거둔 성적은 617경기 타율 0.272(1770타수481안타), 50홈런, 250타점. 이 기간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병역도 해결했다.
2017시즌을 앞두고는 당당히 FA 자격을 얻었다. 보상선수 신분이 아니었다. 4년 총액 28억 원에 삼성과 계약했다. 시작은 FA 이적생(홍성흔)의 보상선수였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묵묵히 기량을 뽐내며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20홈런을 터트리는 등 삼성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고, 25일 포항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100홈런(역대 90번째)을 채웠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그 절반(50홈런)을 해냈다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기록을 작성한 경기에서 팀이 승리(11-2)를 거둔 덕분에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이원석은 통산 100홈런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통산 100홈런을 칠 줄 몰랐는데, 어느새 베테랑이 됐고 100홈런을 쳤다. 야구인생에서 남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책임감이 느껴졌다.
사실 이원석에게는 마음의 짐이 있었다. 5월 19일부터 지난 20일까지 33일간 손가락 부상 탓에 치료에만 전념했다. 삼성이 타선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이다. 복귀 후 4경기에서 타율 0.357(14타수5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태고 있지만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내진 못한 듯했다. 그는 “팀에 내가 필요할 때 부상을 당해 답답하고 미안함을 느꼈다”며 “다소 늦게 복귀했지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주는 팀의 도약을 위해 중요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테랑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포항|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