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 꼴찌’ 최주환의 느리게 걷기

입력 2019-06-28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최주환. 스포츠동아DB

최주환(31·두산 베어스)은 1988년에 태어났지만 생일이 빨라 1987년생과 함께 프로에 입단했다. 동갑내기 후배들, 그리고 입단 동기들 모두 ‘황금세대’로 불리며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고교 3학년 때 함께 청소년대표로 뛰었던 주인공은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LG 트윈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이재원(SK 와이번스), 한기주(삼성 라이온즈) 등이다. 이 밖에 2006년 함께 프로에 데뷔한 동기는 양의지(NC 다이노스), 황재균(KT 위즈), 차우찬(LG) 등이 있다. 모두 각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한 해 뒤 입단한 1988년생은 김광현(SK), 양현종(KIA 타이거즈), 손아섭(롯데)이 대표적이다.

최주환은 신인지명 2차 6라운드 전체 46순위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팀 전력은 두터웠고 1군 선수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군 복무를 마친 2012년에야 1군에서 81경기를 뛰며 백업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진정한 풀타임 레귤러 선수가 된 것은 2017년이었다. 그리고 타율 0.333 26홈런을 치며 정상급 타자가 됐다. 올 시즌은 옆구리 부상이 발목을 잡아 전반기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조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친구들은 이미 많이 앞서 있다.

그러나 최주환의 생각은 달랐다. ‘양의지와 동기인 줄 몰랐다’고 말하자 “칭찬이죠?”라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부상으로 2군에 있으면서 또 한 번 1군 무대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곳인지 느꼈다.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2군에 오래 있었지만 낙담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최주환은 친구들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질 수 있지만 1군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고등학교(동성고) 동기가 한기주다. 많은 프로스카우트 분들이 학교를 찾아왔다. 기주를 보러 오신 거지만 괜히 긴장했었다. 그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것 같다”며 웃었다.

동기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주인공만 3명, 그중 한명은 빅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활약 중이다. 또한 이미 프리에이전트(FA)가 돼 부와 명예를 가진 친구도 많다. 꿈과 열정이 더 큰 20대 초반과 달리 30대에 접어든 지금은 또 마음이 다를 수 있다.

최주환은 이 물음에 의미 있는 답을 했다. “동기가 리그에 몇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친구들이 많아서 참 좋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만큼 결승선까지 더 오래 뛰었으면 좋겠다.” ‘황금세대의 꼴찌’는 이렇게 느린 걸음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