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새 공인구가 일깨운 ‘야구는 투수놀음’과 ‘Again 2013’

입력 2019-07-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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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공인구’다. 2014년부터 맹위를 떨친 ‘타고투저’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반발력을 낮춘 새 공인구가 도입됐다. 0.4134~0.4374였던 반발계수가 일본프로야구와 동일한 수준인 0.4034~0.4234로 낮아졌다. 크기와 무게도 달라졌다. 둘레는 234㎜로 1㎜, 무게는 147g로 1g가량 늘어났다.

새 공인구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홈런이 급감하고 있다. 576경기를 치른 2013년(9개 구단 체제 시작) 798개에서 2014년 1162개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720경기를 치른 2015년(10개 구단 체제 시작)부터 지난해까지는 1511개→1483개→1547개→1756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경기당 홈런수로 환산하면 2013년부터 지난 6년간 1.39개→2.02개→2.10개→2.06개→2.15개→2.44개다. 그러나 반환점을 돈 올 시즌에는 1.44개로 뚝 떨어졌다. 2014년부터는 매년 경기당 2개 이상이었는데 올해는 2013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 공인구는 홈런뿐 아니라 타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그 평균 타율이 2할9푼에 육박했는데 올해는 홈런처럼 2013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리그 평균 타율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0.268→0.289→0.280→0.290→0.286→0.286으로 변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0.268이다. 타고투저 현상이 현저히 완화되고 있음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말한다. 타고투저로 인해 지난 5년간은 이 말이 유명무실했다. 팀 순위를 좌우하는 요인은 타격이었고, KBO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처럼 ‘롱볼’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새 공인구는 올 시즌 KBO리그 각 구단에 마운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투수 부문의 여러 지표가 팀 순위와 비례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팀 평균자책점(ERA)은 물론 이닝당 출루허용(WHIP)까지 팀 순위와 몹시 닮아 있다. 팀 ERA에선 1위 LG 트윈스, 2위 두산 베어스, 3위 SK 와이번스, 4위 키움 히어로즈의 순서인데, 현재 이들 4개 팀은 모두 5할 이상의 승률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팀 WHIP는 상위권 순위와 더욱 흡사하다. 1위 SK, 2위 두산, 3위 LG, 4위 키움의 순이다.

선발진과 불펜으로 세분화한 ERA와 WHIP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나머지 중·하위권 6개 팀으로 넓혀도 큰 틀에선 유효하다. 지난해와 2017년에는 뒤죽박죽이었다. 팀 순위와 투수 부문 지표가 제각각이었다.

반발력이 낮아진 새 공인구가 현재까지는 확실히 투수력이 강한 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즌 종료 후 최종적으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만,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각 팀의 마운드를 중심으로 향후 판도를 예측해보는 것도 유의미할 듯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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